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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비밀녹음과 증거
이선행 법무사
2011년 08월 09일 (화) 13:57:28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법원의 재판을 당사자 입장에서 쉽게 설명해보면, 민사재판은 원고와 피고가 증거와 주장을 동원하여 재판장을 자기편이 되도록 설득하고, 형사재판은 검사의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이 실체적진실과 다름을 증거와 주장을 통해 설득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는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법관은 원고와 피고 또는 피고인을 법정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데, 법률과 양심에 따라 선입견 없이 재판을 해야 하는 법관의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증거라 할 것이다. 이하 비밀녹음이 재판에서 증거 사용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증거판단과 관련하여 자유 심증주의라는 소송법상 기본원칙이 있다. 법관은 사실을 인정하는데 아무런 법률적 구속을 받지 아니하고 구체적으로 증거가치를 판단하여 사안의 진상과 실체적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은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에서 달리 적용된다. 민사소송에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이를 믿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법관의 판단에 맡기지만, 형사소송에 있어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증거만을 기초로 진실을 따질 수 있다. 증거능력이란 증거조사의 대상이 될 자격이 있는 것을 말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는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지 못하고, 같은 법 제14조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기계적인 수단을 이용해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불법 수집된 비밀녹음은 형사소송에서 증거능력이 없게 된다. 

형사소송과 관련한 대법원판례는 피고인이 범행 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오자 피해자가 증거를 수집하려고 그 전화내용을 녹음한 경우 그 녹음테이프가 피고인이 모르게 녹음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대판 97도240 판결).

민사소송과 관련한 대법원판례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상대방과의 대화내용을 비밀로 녹음한 경우에 관하여, 우리 민사소송법이 자유 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을 들어 상대방 모르게 비밀로 녹음한 녹음테이프를 위법으로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판 80다2314 판결). 종합해보면 형사소송에서는 대화나 통신의 주체에 내가 포함된 경우라면 제한적이나마 증거능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나를 제외한 타인의 대화 등을 녹음한 경우(도청 등의 경우) 증거능력이 없다. 반면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법관의 판단에 따라 증거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소송에서 증거의 중요성이 강조된다지만,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불법 수집한 증거들을 남용하는 위험한 행위들은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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