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에서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은 한해의 풍작과 건강을 비는 큰 명절로 지냈다.

‘동국세시기’에 “보름날은 온 집안에 등잔불을 켜놓고 마치 섣 달그믐날 처럼 밤을 세운다”라고 했고, 지금도 일부지방에서 보름새기를 하거나 “정월 14일 밤에 자면 눈썹이 센다.”고 하는 것은 대보름을 새해 시작으로 여긴 생각의 흔적이다.

대표적 겨울 놀이인 연날리기와 쥐불놀이를 대보름까지만 하게 되어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한해 세시풍속의 4분의 1쯤을 차지하는 대보름풍속도 마을과 가정의 한해 안녕을 비는 벽사진경의 의미가 강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년 중 가장 달이 밝다는 정월 대보름. 상원으로도 불리는 음력1월 15일은 예로부터 추석과 짝지어지는 달의 명절로 꼽힌다.

추석이 수확과 함께 한해를 마무리하는 명절이라면, 정월대보름은 한해의 농사와 살림을 예비하고 복과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다. 한해의 액을 떨치고 복을 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만큼, 정월 대보름은 일년중 어느 때보다 더 다양하게 민속놀이와 세시풍속을 즐겨왔다.

정월대보름의 가장 특징적인 풍속의 하나는 부럼 깨물기이다. 보름날 이른 새벽에 호두, 밤, 잣 은행은 딱딱한 과실류를 깨물어 “일년열두달 내내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생기지 않게 해주십시요.”라고 기원을 하면, 종기나 부스럼을 예방함은 물론 이를 단단하게 하고 잡귀가 달아난다고 한다.

또한 귀밝이술이라고 하여, 보름날 아침 데우지 않은 찬술을 마시는데 일년동안 귓병이 생기지 않고 귀가 더 밝아지며, 한해동안 기쁜 소식만 들리라는 기원이 담겨있다. 또 보름날 빼놓을수 없는 음식으로 오곡밥과 나물이 있다.

오곡밥은 멥쌀, 찹쌀, 콩, 팥, 수수, 조, 차조, 대추등 5가지 이상의 각종 곡물과 과실까지 섞어 짓는다. 이 오곡밥에는 지난여름과 가을에 미리 말려 두었던 시래기, 호박고지, 가지나물, 산나물은 진 채를 비롯해 숙주, 콩나물 등 나물반찬이 곁들여진다. 갖은 잡곡과 나물을 먹는 것은 그해 여름을 타지 않고 건강을 다 진다는 의미를 가지며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더위와 더불어 대답하면, “내더위 사가라”외치는데, 이를 매서라고 하여 더위를 팔면 그해 여름을 타지 않는다고 한다.

이외에도 대보름의 행사로는 볏가릿대 세우기, 다리밝기, 복토 훔치기 등이 있었으나, 오늘날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으며 놀이는 액을 쫓고 풍년을 기원하는 지신밝기, 별신굿, 쥐불놀이, 오강대, 탈춤놀이 등 조상들의 신명을 돋우었다. 또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산에 올라가 달맞이를 하며 복을 빈다. 이때 달을 먼저 보면 신수가 좋다는 속설이 있다.

특히 농부들은 달의 모양을 보고 그해 농사의 길흉을 점쳤다고 한다. 대보름날 달빛이 희면 비가 많고 붉으면 가뭄이 오며, 달빛이 진하면 풍년이 오고 흐리면 흉년이 든다고 했다.

한편 대보름날 개에게는 밥을 먹이지 않는 풍습이 있어 굶는 것을 “개 보름 쇠듯한다”는 속담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개에게 밥을 먹이면 여름에 파리가 꾀고 마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달에는 토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달에서 귀환한 비행사들도 달에는 토끼가 있다고는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전설이다.

이 전설의 근원은 인도의 민화로서, 제 석천이라고 하는 신이 노인으로 분장하여 하계에 내려와서 여우, 원숭이, 토끼들에게 뭔가 먹을 것을 부탁했는데 여우는 연못에 뛰어들어 잉어를, 원숭이는 나무의 열매를 따다가 바쳤지만 토끼는 갖다줄 것이 없어 불속에 뛰어 들어 타버린 자기몸을 바쳤다고 한다.

이에 감동한 제척신이 이 토끼를 달에 보내 언제까지라도 그 덕성을 기리도록 했다는 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