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이 발생한 경우 전후 사정과 절차의 번거로움을 고려하지 않은 채 홧김에 먼저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보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송사에 집안이 망한다”라는 인식이 과장된 것이라 하더라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피곤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항소와 상고까지 거치게 되면 원고와 피고 중 누가 더 경제적?정신적 상처를 받았는가의 문제가 될 뿐 승패의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이유로 당사자간 양보에 의해 분쟁을 신속히 해결할 제도가 필요하고, 이 필요에 의하여 조정과 화해라는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조정과 화해는 당사자 신청에 의하여 또는 소송 진행 중 법원 결정에 의해 할 수 있는데, 이하 소송 진행 중인 사건에 관한 조정과 화해에 관하여 간단히 살펴본다. 

소송 진행 중 당사자가 조정이나 화해를 바란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법원도 이를 수용하여 판결에 앞서 직권 또는 조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정하거나 화해를 권고할 수 있다. 조정이 성립되면 조정조서가, 화해가 성립되면 화해조서가 작성되는데, 이 조서들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져 항소나 상고의 여지없이 사건이 종결된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고, 화해를 권고하는 의미의 화해권고결정을 할 수 있다.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나 화해권고결정이 있는 경우, 그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없다면 그 결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재판은 종결된다. 만일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한다면 이 결정들은 효력을 잃고, 소송절차로 되돌아가서 법원은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조정이나 화해가 성립된 경우 당사자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야 할 것인데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소송 경험이 없는 당사자들은 법원의 낯설고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의사표현과 결정이 자유롭지 못하고, 마음이 위축되어 재판장이나 조정위원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재판장이나 조정위원의 조정안을 듣지 않으면 판결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거부하기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해가 되는 변명이지만, 일단 조정과 화해가 성립되면 되돌릴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권리에 관한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있다면 사전에 법률상담 등을 통하여 쟁점과 법적으로 유리한 점 등을 미리 파악하여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은 민간 주도적인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ADR)를 마련하여 적극 활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민간 주체의 분쟁해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