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류붕석)가 오는 16일부터 5박 6일간의 일정으로 싱가폴,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에서 갖기로 한 해외연수는 관련 조례에 규정된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령시의회 의원 공무 국외 출장 등에 관한 규칙’ 제8조에 따르면 ‘국외출장을 하고자 하는 자는 출국 15일 전까지 국외출장계획서를 보령시의회 의원 공무 국외 출장 심사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난 4일까지도 국외출장 계획서가 제출되지 않았으며, 심사위원회의 심사도 6일에야 간신히 서면을 통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규칙 제5조에는 ‘국외출장 이외의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거나 단순 시찰·견학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외출장은 억제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출장계획서에서 밝힌 개인별 연수목적은 ‘사회복지시설 운영실태 조사’ ‘해양환경 보존 실태 조사’ ‘싱가폴 도시계획 관련 자료 조사’ ‘전통문화시설 운영실태 조사’ 등을 내세우고 있어 굳이 현지를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관련자료를 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 이번 동남아 연수에 참가할 예정인 한 시의원은 해외연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시의원은 “이제는 (기초의회의) 해외 연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타성에 젖은 의정활동을 하기보다 선진지에라도 가서 보고 배운 것을 의정활동에 반영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더 잘 봉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집행부 공무원들은 연간 5억원의 예산을 들여 외국 연수를 시행하고 있으며, 의용소방대 등 각 민간단체의 해외연수도 활성화되고 있는 마당에 (언론사에서) 마치 건수하나 잡은 것처럼 시의회의 해외 연수만 문제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도의회나 국회의 해외연수는 가만히 놔 두면서 왜 힘없는 기초의회만 이러는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 시의원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이번 동남아 연수에 대해 여전히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의회에서 제출한 출장계획서를 심사했다는 한 심사위원은 “급하게 계획서를 가지고 와서 승인은 해 줬는데,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아무튼 잘 다녀와서 내실있는 보고서를 제출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시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의 류근찬 국회의원도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대담에서 “(시의원들의 해외 선진지 견학은) 문제가 있다. 시민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꼬집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2년만에 보령에서 개최되는 ‘제63회 충남도민체전’을 한달여 앞두고 종합 3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보령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사기진작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시의원들이 외유를 강행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권위를 무너뜨린 것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매번 되풀이되고 있는 시의회의 해외연수에 대한 시비거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도 보완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조례로 제정돼 있는 현 규정은 시의회 의장이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형식적인 심사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시의회도 당당하게 해외연수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

뿐만아니라, 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나 국외출장보고서를 홈페이지 등에 게재해 열람이 용이하도록 한 현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