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실시된 재.보궐선거는 전국에서 국회의원 3명, 광역단체장 1명, 기초단체장 6명, 광역의원 5명, 기초의원 23명 등 모두 38명을 선출하는 소규모였음에도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됐으며, 선거 결과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국민 전체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총선과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이명박 정권의 지난 3년을 심판하는 마지막 평가라는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지역에서도 선거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대전.충남권에서는 태안군(기초단체장)을 비롯해 보령시, 서천군, 부여군, 연기군, 대덕구(기초의원) 등 6개 지역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결과 자유선진당이 태안군수를 비롯해 기초의원 3곳 등 4곳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1곳에서 기초의원을 배출해 표면적으로는 4대 1대 1로 선진당이 압승을 거뒀다. 충청권에서는 여전히 자유선진당이 맹주임을 확인시킨 셈이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자신들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요동치고 있는 정국의 변화 앞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자유민주연합, 국민중심당을 뿌리로 지난 2008년 2월 이회창이라는 전국적인 정치 거목과 힘을 합쳐 창당된 자유선진당은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충청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도 전국 38개 선거지역 중 대전.충남에서만 6명의 후보를 내세웠을 뿐 충북 3개 지역에서도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서, 자유선진당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이회창 대표를 비롯한 전 당직자들이 기초의원 선거까지 지원유세에 나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 때문에 다른 당으로부터 ‘골목대장 노릇’ 이라느니 ‘아바타 선거’니 하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기초의원 선거까지 중앙당이 개입한 것이 아니라 중앙당이 지원에 나서야 할 후보가 없었던 자유선진당의 궁색한 현 주소가 드러난 것이다.   

더구나, 이번 재보궐선거는 한나라당에 맞선 야권이 후보단일화 등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심판에 나선 것이 이슈였으나, 그 어디에도 자유선진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국적인 관심사에서 비켜선 듯 한 모습이었다.

물론, 자유선진당이 충청권에 뿌리를 두고 충청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강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자유선진당이 전국적인 정국의 흐름에서 소외된다면, 충청권의 현안 역시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의 최대 현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슈를 선점하기 보다는 문제가 터진 이후에야 뒷수습에 나서기 바쁜 모습이다. 소수정당이라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전국민을 향한 비전과 메시지를 전혀 제시하기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대표까지 나서야 했던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의 맹주 자리를 지켜냈다. 적어도 대전.충남권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이 여기에 안주하려 한다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 정국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재.보궐선거 이후 언론은 자유선진당이 대전.충남에서 거둔 성적보다 한나라당과 야권연대의 향후 행보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충청민심과 지역언론 역시 전국적인 정국의 흐름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제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을 뛰어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다른 당과는 차별화된 노선을 정립해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자유선진당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래도 자유선진당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충청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