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그리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 땅에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한 생명(개체)의 종말을 선언하는 의미 있는 단어다. 감성적으로는 무한한 우울과 슬픔만을 내포하고 있지만, 한 인간의 가족(신분)관계와 경제활동을 포함한 총체적 삶의 끝이라는 면에서, 불시에 다가오는 사망이란 사건은 다양한 문제들과 관련되어 있다. 이하 한 인간의 죽음과 관련된 민사상의 법률문제를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사망의 시기는 어느 시점으로 보아야 하는가? 사망의 시기는 상속인과 상속지분의 결정, 유언의 효력발생, 연금수급권 발생 등 여러 가지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 의학 발달로 장기이식이 보편화되면서 뇌기능의 상실(뇌사)을 사망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민법상으로는 심장기능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정지된 때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법 제3조는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규정하는데, 이는 사망과 동시에 권리능력이 상실되고 동시에 모든 의무로부터 해방된다는 의미이다. 단 상속이 가능한 재산권만이 사망과 동시에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될 뿐이다.

가족 여럿이 동시에 사망하는 재난(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등)이나 사고(항공기 추락이나 배의 침몰 등) 경우에는 사망의 선후를 명확히 밝힐 수 없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민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나중에 사망의 선후가 밝혀지면 바로 잡을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사망하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제84조)에 따라 사망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진단서 또는 검안서를 첨부하여 신고하여야 한다.  이 사망신고는 사후적 신고로 의미가 있는 것이고, 권리능력은 신고에 앞서 사망과 동시에 소멸하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수재나 화재 등 재난으로 인하여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조사한 관공서가 지체 없이 사망지 행정관청에 통보하여 사망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를 [인정사망]이라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종래의 주소나 거소를 떠나 장기간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종종 상속등기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런 때는 이해관계인 등이 법원에 실종자에 대한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 심판에 의하여 실종선고가 확정되면 실종선고를 받은 자는 사망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 효과로 상속이 개시되고 배우자의 재혼이 가능해지는 등 사망한 것과 같은 효력으로 법률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후일 실종자가 생존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실종선고를 취소하고, 법률관계를 소급적으로 실종 전의 상태로 되돌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