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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책익는마을 이야기⑬보령 인문학 페스티벌
황선만(책익는마을 전 촌장)
2011년 04월 26일 (화) 15:44:27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대천해수욕장은 보령의 자랑이다. 여름이면 수 많은 인파가 몰려와서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기나긴 모래사장, 조개껍질이 가루되어 만든 그 백사장은 걷는 느낌부터 색다르다. 게다가 하루 두 번씩 멀리에서 몰려오는 파도의 포말은 동해나 남해에서는 만날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그래서 해변에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해변은 그래서 젊디젊다. 요즘은 머드축제로 또 다른 유명세를 자랑하지만, 그 훨씬 이전부터 누구나 젊어지는 젊은이의 공간이다.

그래서 대천해수욕장은 여름내 열기가 가득하다. 사람의 열기가 아니라도 작열하는 태양빛을 인간의 힘으로 견디기 어려울 터인데, 이야기와 체온이 만들어내는 뜨거움이 더해지니 가히 용광로같은 도가니가 된다. 보령 인문학 페스티벌은 그 뜨거운 여름 한 복판에서 펼쳐졌다. 지자체마다 마련하는 어떤 돈벌이 축제도 아니고 가수나 게그맨이 등장하는 신바람 축제도 아니었다. 대천한화콘도 대형 세마나실에서 아주 조용하고 진지하게 흘러가는 낯선 축제였다.

때는 작년 8월 13일, 해수욕장 해변의 열기가 후반부 최고의 절정을 이루는 무렵이었다. 첫날은 밤 10시까지 이어졌고 다음날은 아침 9시부터 시작해 저녁 6시까지 계속된 마라톤 강의였다. 국어학, 과학철학, 종교철학, 문화인류학, 천문학, 과학과 문명사, 아리스토텔레스, 장자, 진화심리학, 토론학 등 비교적 무게있는 주제를 다루었다. 그리고 총12강을 이틀 동안에 모두 펼치다보니 쉬는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 주어졌다. 하지만 다양한 청중이 자리한 그 넓찍한 세미나실은 내내 열기가 이어졌다.

찾아온 청중은 다양하기 이를 데 없었다. 청소년에서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생업을 접고 참가한 책익는마을 회원들과 오며가며 얼굴이 익은 보령시민들을 비롯해 부여, 천안, 인천, 수원, 익산 등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 어떤 이는 인터넷을 통해 이 소식을 듣고 대구에서 달려와 이틀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이 자리는 나이도, 학식도, 학력도 관계가 없었다. 자신의 지식을 대중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강사들의 정성과 다양한 공부의 욕구로 무장한 청중들의 열정이 함께하는 열린 공간이었다.

또한 강사분들은 자신의 강의가 끝나도 돌아가지 않았다. 다시 청중의 자리로 돌아와서 강의를 들었고 틈틈이 청중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들 서울 경기 지역에서 내려온 강사분들이었고 책을 몇 권씩이나 출판한 전문가들이었는데 길다면 긴 귀한 시간을 함께 나눈 것이었다. 이것은 새로운 축제의 전형을 만드는 시간이었고 지식이 아카데미를 빠져나와 광장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인구 11만이 채 안되는 충남 보령땅에서 말이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대중과 나누는 데 선뜻 응해준 강사분들은 누구였던가. 박인희 교수, 김명진 교수, 이진남 교수, 류호철 교수, 이명현 교수를 첫날 만났다. 다음날에는 이정모 교수, 김시천 교수, 이종필 교수, 편상범 교수, 전중환 교수, 이재현 교수, 강양구 기자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분이 계시니 도서평론가 이권우 교수다.

책익는마을 회원들은 이 행사를 위해 한 달 동안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경제적 부담 또한 마을 회원들의 몫이었다. 기관과 기업에서 약간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행사비는 꽤 많이 필요했다. 모아두었던 재정과 자발적인 특별회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이 허락하는 회원은 선뜻 몫돈을 내놓았고 십시일반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보령인문학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축제의 배는 아마도 저 대양으로 흘러갈 것이다. 돛을 달고 바다에 들어갔으니 해류를 타고 멀리멀리 항해를 떠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책과 지식이 대중과 공존하는 문화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그래서 우리네 삶 속 마음과 정신이 더욱 진중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벌써 우리 책익는마을에서는 2011년 보령인문학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이번 여름에는 좀 더 다듬어진 기획으로 대천해수욕장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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