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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책익는마을 이야기⑫인문학 페스티벌의 시작
황선만(책익는마을 전 촌장)
2011년 04월 19일 (화) 15:37:49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봄소식이 한창 들려오던 지난달에 생태환경 연구에 매진하는 벗을 따라서 이웃마을 청양군의 지천이라는 하천의 발원지를 찾아갔었다. 막 깨어나기 시작한 봄까치꽃의 귀여운 자태도 만나고 부풀어 피어나는 버들강아지에게 인사도 나누면서 여유있게 시작하였다. 천변 물줄기와 논밭을 따라 걷는 그 길은 한가하기 이를 데 없는 산책길이었다. 그런데 물줄기가 희미해지면서 인적없는 계곡이 시작되고 나뭇가지를 헤치며 허위허위 찾아간 발원지에는 희미한 물기운이 전부였다. 그것도 손으로 긁어내서야 만나게 된 한 줌의 물이었다.

    그 발원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모이고 모여서 계곡을 이루고 물장구치는 개울을 만든다. 고요히 흐르던 물줄기는 어느 순간에 협곡을 만나고 힘차게 요동을 치는가 싶더니 강물이 되어서 유유히 먼 바다로 흐른다. 그 깊이는 가늠하기 어렵고 그 넓이 또한 좁아지고 넓어지기를 반복해서 인간의 능력과 의지를 넘어선 거대한 자연이라는 두려운 존재가 된다. 한 줄기 한 줄기 모이고 모여서 이루어내는 물길 여행은 그래서 경이롭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합리적 논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체험들을 만나곤한다. 사람이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일이 간혹 그렇고 행복과 불행의 역사 또한 불현 듯 다가오곤 한다. 그래서 세상사람들의 평가란 결과에 꿰맞춰서 어떤 일을 합리화하기 일쑤다. 일종의 결과론적 함정인데 아무려면 어떤가. 그 또한 삶을 긍정하는 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분명한 것은 강물이란 실개천이 모여서 이루어지며 어느 순간이 되면 거센 물줄기로 포효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실개천이 만들어지듯 역사를 만들어오던 책익는마을이 어느 순간 힘찬 물줄기가 되어 세상을 향해 흐르게 되었다. 작년 여름날, 뙤약빛이 내리쬐던 그 무덥던 여름날에 우리는 2010보령 인문학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파티를 대천해수욕장에서 펼치게 된다. 대학교수 13명이 1박2일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충청도 보령이라는 작은 마을에 경사가 난 것이다. 모든 문화행사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특히 지식을 테마로 한 파티가 작디작은 시골 마을에서 펼쳐졌다는 사실은 역사적인 일이었다.

    그 출발은 저자초청토론회라는 이름의 행사를 하면서 빠른 속도로 의기투합이 된 도서평론가 이권우 선생과의 만남에 뿌리를 갖고 있다. 당신 스스로가 독서를 사회운동처럼 생각해서 우리 책익는마을의 취지와 내용에 적극 공감하고 계셨는데, 저자분들을 모시고 내려와서 마을 회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이른바 손님 접대의 방법을 두고 곰곰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대여섯분이 내려오실 줄 알았는데, 열 명이 넘는 분들이 책익는마을 사람들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아! 감동이란 이럴 때 사용하는 단어일 것이다. 이런 시골 구석에 학계의 유명한 분들이 동시에 내려오신다니, 그것도 책익는마을이라는 모임 사람들을 만나러 오신다니,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순간적으로 어질어질해진 머리를 진정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이 행운의 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우리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 큰 선물이 다가온단 말인가. 정말로 우리가 하는 이 일이 사회적으로 좋은 취지인 것은 확실한가 보다. 어깨가 으쓱해지면서도 뒷머리가 묵지근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긴 고민의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저자초청토론회를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운영해왔듯이 이 교수님들과의 만남 또한 열린 시간으로 운영하면 될 것이었다. 발원지에서 한 줌의 물로 시작된 물줄기가 실개천을 이루더니 유유히 흘러 협곡을 만나 요동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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