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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책익는마을 이야기⑨저자들과 벗되어 연대하다
황선만(책익는마을)
2011년 03월 22일 (화) 14:55:14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저자를 초청하는 일은 간절한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일면식도 없는 저자에게 연락해서 지방까지 와달라는 부탁이 아닌가. 저자 대부분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현실에서 그 분들이 보령에 한 번 다녀갈려면 하루가 걸리는 길이 되므로 큰 결심이 필요하다. 더구나 저자 대부분은 누구 못지않게 바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분들인데 지방 초청에 선뜻 응하기는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혹시 강사료라도 두둑히 준다면 모르겠으나 우리는 그저 동아리 수준이므로 저자의 헌신을 요구할 수 밖에 없었다.

초청을 위해서는 연락처 확보가 필요했다. 먼저 출판사를 더듬고 거쳐간 직장을 더듬더듬해서 메일 주소라도 얻어내야 한다. 그 다음은 우리의 간곡한 초청 의도를 작성해서 메일로 보낸다. 기다리던 메일이 오면 또 답장을 보내기를 몇 차례 하고나면 편안한 유선 통화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저자의 일정이 빼곡하다. 때로는 토론이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어서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육 개월 후, 열 달 후에 일정을 잡곤 한다. 어떤 분은 강사료를 얼마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경우에는 우리가 더 이상 부탁을 드리기 어려워진다. 어렵게 찾아서 여쭈었지만 수포로 돌아갈 경우 허탈해지고 상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저 우리의 ‘독서운동’적인 뜻을 공유해 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는 항상 길이 펼쳐진다고 했던가. 우리의 저자초청 토론회는 어느 순간 날개를 달았다. 다섯 번째 초청 저자였던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가 뒷풀이에서 한 말이다. 자신이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곧 보령에 간다”고 말했더니 이권우 도서평론가와 임종인 변호사가 “자신들은 벌써 갔다 왔다”고 하더란다. 우리로서는 참으로 즐거운 우연의 일치였는데 두 번째 초청저자였던 이권우 선생과 세 번째 초청저자였던 임종인 변호사가 강양구 기자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었다. 아, 그 때 부터였던 것 같다. 책익는마을의 이름이 저자 세계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고 우리가 하는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고무되기 시작한 것은.  

저자초청 토론회가 횟수를 더해가자 장소문제도 해결되었다. 사용료를 지불해야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보령도서관에서 장소를 제공해주겠다고 찾아온 것이다. 당시 도서관운동에 열정적이기로 유명했던 박찬희 관장의 배려와 관심 덕에 우리는 폼나는 도서관 세미나실에서 마음껏 토론회를 열게 되었다. 토론회는 박차를 가해서 시와 소설을 쓰는 유용주 선생, 조선정치사를 가르치시는 박성순 교수, 미술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이철수 화백, 화려한 작가 장정일 선생 등이 회원들과 보령시민들을 토론의 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또 새 시대를 향한 농촌공동체의 한 전형을 만들고 계신 이남곡 선생, 학문의 즐거움을 대중과 함께하는 고미숙 선생, 그리고 이 시대의 대표적 칼럼리스트이자 진보적 활동가인 홍세화 선생을 만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느끼게 되었다. 

경제적 풍요가 최상의 가치로 인정받는 현실에서 강사료에 연연하지 않고 찾아와준 수많은 저자들은 우리의 선생이자 벗이 되어주었다. 어떤 분은 강사료를 선뜻 마을에 후원하기도 하였고, 어떤 분은 이후 우리가 열어나가는 마을 독서 행사를 적극 도우면서 새로운 장을 만들어 주었다. 또 초청저자 대부분이 저토가 끝난 후에도 뒤풀이에 결합해서 수많은 시간을 함께 토론하고 우정을 나누었으니 우리는 저자와 벗이 되었고, 인간적 연대까지 모색하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다.

오는 4월15일에는 12차 저토를 연다. 서울예술대학의 김융희 교수가 『예술, 세계와의 주술적 만남』이란 책을 들고 찾아오신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 그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또 마을 회원은 아니지만 저토의 단골 시민이 된 사람들도 그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책읽는 일이 가져다주는 흥을 알게 되었고, 책이 가져다주는 진보적인 삶과 행복도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아니 지구가 가까이 다가오는 드넓은 시야의 확보도 그 결실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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