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8일 민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성년 연령을 19세로 낮추는 것과 새로운 후견제도(성년후견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것이다. 이중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인과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화하기 위하여, 장애인 및 시민사회단체 등이 오랜 연대활동 끝에 이루어낸 값진 결과물이다. 유럽에 이어 일본은 1999년에 복지국가의 이상에 맞는 선진적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하여 이제 정착단계에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늦었지만 새로 도입되는 성년후견제도가 조기에 정착되어, 장애인과 고령자의 인권과 법적인 행위능력을 보장하는 훌륭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길 기대하며, 이하 성년후견제도 관련 개정법의 핵심내용을 간략히 살펴본다. 

현행 민법은 사리를 분별할 수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금치산자)와 정신적 판단력이 불충분한 심신박약 등 상태에 있는 자(한정치산자) 보호를 위하여 후견인과 친족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정상적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의사 및 행위무능력자(무능력자)의 권리를 획일적이고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 왔으며, 전문성과 무관하게 신분관계를 전제로 맺어지는 후견인과 친족회는 이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다양한 보호라는 측면에서 매우 부족하여, 이용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다.

개정법은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라는 부정적인 용어를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으로 바꾸고, 후견 대상을 정신 및 지적장애인뿐만 아니라 치매노인 등 고령자까지 확대하였으며, 피후견인 본인이 독자적으로 행할 수 있는 행위능력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또한 재산적 행위에 제한되었던 보호의 범위도 의료, 요양 등 복리영역까지 확대하여 실질적 보호를 꾀하였으며,  후견인선임 경우 법원이 본인의 의사를 청취하여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였다. 신분관계를 전제로 획일적으로 정했던 후견인 자격도 신분과 상관없이 후견인의 전문성, 공정성 등을 고려하여 가정법원이 선임할 수 있도록 하였고, 친족회의 기능은 가정법원이 선임하는 후견감독인이 하도록 하였다. 

현행법은 후견이 될 자의 순서를 법으로 정하고, 1인의 후견인만을 둘 수 있고, 법인은 후견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개정법은 복수후견인이 가능하고, 법인도 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하여 후견서비스의 전문화를 꾀하고 있다. 개정법 중 획기적인 것은 현재는 정상일지라도 장래에 정신능력의 악화에 대비하여 본인이 직접 후견인을 정하여 후견내용에 관한 후견계약을 체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후견인의 권한 남용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데, 후견계약의 효력은 법원이 후견감독인을 선임한 경우에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였다. 이 개정법은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이선행 법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