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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책익는마을 이야기③ 토론은 싫어
황선만 책익는마을
2011년 01월 11일 (화) 13:33:48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이런 말이 있습니다. 누가 한 말일까요?
    “허, 그 사람 말 한 번 기막히게 잘허네” 
 바로 제가 한 말입니다. 선거 유세를 보다가, MBC 백분 토론을 보다가 말입니다. 아니, 아닙니다. 우리들은 행사장에서, TV를 보다가 무심결에 박수를 치면서 그런 말을 던지곤 합니다. 

선거 입후보자가 무르익은 유세장에서 혼신을 다해 상대 후보를 빠른 말로 공격하거나, TV토론에 나온 토론자가 상대방 패널을 향해 조목조목 짚어가며 잽싸게 공격할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지지자가 되곤 합니다. 말의 힘이지요. 그래서 속으로 생각해봅니다. ‘나도 저렇게 말 잘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어디 말이 그렇게 쉽던가요. 세상 살아가는 데 말 잘하면 얻는 것이 많다는 속담도 수두룩하고 직장 생활하면서 말 잘하는 사람이 얻어가는 것이 많은 것을 보면서 속상해 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바람대도 되지 않으니 웬일일까요? 말 잘하는 것은 타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며 위안 삼기도 하지요. 그러나 살아가면서 계속 말은 해야만 하고 말하고 돌아서면 부족할 경우가 많으니 어디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래서 그럴 것입니다. 책익는마을에서 독서 ‘토론’을 한다고 하면 그 토론이라고 하는 말에 뜨악해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토론은 말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토론이란 단어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것입니다. 사전적 의미로 볼 때 토의라는 말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도를 협력해서 찾는 것이기에 익숙할 수 있지요. 하지만 토론은 TV토론처럼 뭔가 멋진 말로 상대방을 제압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래서 내가 토론을 할 때는 논리가 치밀해야만하고 말의 속도가 가능한 빨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토론이란 것을 그렇게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 덕을 보곤 합니다. 제가 책익는마을에서 독서토론을 오랫동안 했다고 하면 ‘말 잘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리들이 속고 살아왔습니다. 지레짐작으로 가졌던 선입견 때문에,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대화에 임하는 상대방의 계략 때문에 말을 더듬고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펼치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가 말을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좋은 분위기에서 약간의 훈련만 한다면 말입니다. 

책익는마을에 들어오는 사람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넉 달 동안 독서토론에서의 발언권이 없답니다. 듣기만하는 것이지요. 학교에서도 성인사회에서도 자연스러운 토론을 학습할 기회가 그다지 없다보니 ‘토론’ 자리라고 하니까 공격하려고하기 일쑤랍니다. 말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작위적인 잘난체로 흐르기도 하지요. 심지어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 시간에 자신이 할 말을 어떻게 표현할까 골몰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타인의 말을 듣는 데 별로 익숙하지 않은 것이지요. 바로 각박한 생활의 희생자, 경쟁과 공격에 너무나 익숙한 우리 사회의 피해자가 바로 우리들인 것입니다. 

발언권이 없는 넉 달이 지나고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누구나가 말을 잘하게 된답니다. 아니, 원래부터 말 못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책익는마을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타인의 말을 들어주는 여유를 갖다보니 자연스럽게 자기 내면에 숨겨두었던 진실한 말들을 하게 됩니다. 진실한 말은 잘할 수 있게 되고 비교적 빨리 말할 수도 있게 됩니다. 이런 토론은 자기 치유의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정모에서의 독토가 끝나면 많은 사람이 인터넷 카페 보령책익는마을에 들어와 후기를 남깁니다. ‘넘 행복하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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