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맞음이 엊그제인데 벌써 해를 보냅니다. 그 해가 지남이듯 맞이한 해가 올해이니 그저 빠르다는 망연(茫然)함 입니다.

늘 바뀌는 벽두(劈頭)엔 희망입니다. 큰살림엔 어림없을 ‘생각’들을 곰곰하지만 그냥 지나만 간 날들이 그렇게 많아 따라만 가며 그 희망은  반쯤 접히기도,  또 그걸 접기도 했습니다.
 접힌 뒤를 돌아봄이 먼저인 게 왜인지입니다.  이미 일 텐데 말입니다. 그게 이래서인 듯, 아쉬움 인듯해 ‘해돋이’로 굳이 따라잡는 마음들인 듯싶습니다. 그래, ‘해넘이’는 불꽃모양 바알갛게 물 바램 입니다. 스러짐입니다.

그래도 매달림은 그게 끝이 아니고 연속이어서 쉬이 버리지 못하는 우리네입니다. 작은애 방 커튼, 몇 년, 몇 겨울을 벼르며 또 겨울입니다. 올 겨울을 지나치지 않으려 머리에 새깁니다.  문지방에 대롱 매달린 먼지 쓴 전구, 벌써 몇 해를 저리 있습니다.  일부 보상 받고 남은 땅 잔여지(殘餘地), 마저 보상 받는 건데, 그 알량한 ‘법지키기’로 주머니가 탈탈할 땐 후회합니다. 그렇게 친하진 않지만 그래도 자식 장가간다며 소식 준 친구인데 못 받았다며 딴소리한 옹졸함, 품앗인데 로 돌아앉는 비겁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까도 까도 나올게 없다는 소장수 아들이 자랑인 총리후보자, 일인 지하에 만인지상인 이 분의 얼굴 두툼한 거짓말.  높은 분들의, 살지도 않으면서 주민등록만 옮긴 위장전입, ‘자식교육 때문이었다’는 ‘그래도-’ 이지만 농지구입은 노후보장이라는 변명엔, 농사는 노후에나 짓는일로 알고있음에 놀랍니다. 부동산거래에 구입액 속인 다운계약서 란 것, 소개한 부동산 중개인이 알아서 한것이란 발뺌은 유치원입니다. 그건 관행이었다고 어쩔래로 법에 대고 눈 똑바로 치켜뜨기도 합니다.  공소시효(公訴時效)는 잽싸게 갖다 미리 목에 건 출입증입니다. 장관 깜 이라는 대한민국의 내 노라 하는 이들의 2010년의 장관(壯觀)이었습니다. 이들에겐 병역면제가 필수로 그게 너나 없었습니다. 높은 자리던 조금 낮은 자리던 거의였습니다.

전에 국회의원 했다는 사람에게 연금주는 선심. 장관 자식이니까, 높은 사람 자식이니까 공무원에 특채 될수 있는 대한민국, 그게 잘못인걸 눈치 챘는지 경위가 공정했다고 늘어 놓습니다.  간신히 보궐선건가 뭔가로 국회의원이 된 왕의 남자라나 뭐라나 하는이는 90도 넘게 꺾는 겸손(일부 언론 표현)으로 보는 이를 ‘이거 쑥스럽구만’으로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금메달은 병역면제, 군대는 안 갈수만 있다면 가지 말라는, 그러니까 의무가 아니라는 대한민국의 합의에 도장 찍어 줬습니다.  사실 그 어떤 이유로도 법을 어김은 꼭 처벌을 받아야 함에도 입니다. 그 법 안 지켜도 된다고 합의해 줬습니다.  

적에 대항하지 못한 게 그 이유가 아니라 안한 말을 했다 해서 그 직(職) 내려진 사연의 이상함, 그렇게 비워놔도 괜찮은 자리라면 아예 없애버리는 게, 그렇게 부르짖는 경제성인데, 않는 일. 그만두게 한지 몇 개월도 안돼 다시 불러드리는 인사, 그렇게 사람이 없을까 입니다. 

이렇듯 2010년은 우리에게 희망을 뭉갠 실망스러움이 더 했던 세월이었습니다. 그 세월이 이젠 새 세월로 갑니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보낸 세월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그냥 내려온 얘기로 돌려놓기엔 그게 좀 그렇습니다. 부도덕한 상위계층의 도덕불감증에 집중됨은 아무래도 그게,  법보다도 더 우리에게 다가서는 마음들이어서 일겁니다. 도덕과 양심이 법 보다 우선임을, 도덕과 양심이 우선 함께여야 일텐데의 아쉬움을 일깨우는 한해였습니다. 매 한 대에 150만원이란 계산이 자식사랑과는 또 다른 당위성(?)에 대한민국이 줄 맨 한해였습니다.
 
돌아보니, 또 돌아봅니다. 2010년은 고위공직자 임명권자의 권한이, 권리가 의무없이 집행된 해였습니다. 공소시효란 법이 이렇게도 쓰이는걸 안 한해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병역을 면제받을수 있고 그렇게 하면 병역을 면제 해 주는 길을 가르쳐 준 한해였습니다.  조금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면 그 개선(改善)이 면제되는 너그러운 대한민국임을 일깨운 한해였습니다. 안보에 관한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진행형인 대한민국입니다.

그 정도 결격사유면 대한민국에선 ‘장관(청문회통과)될 사람 하나도 없다’고 확인한 대한민국이었습니다. 법 어김이 거짓말과 키 재기한 한해였습니다.
 2010년의 대한민국은 구제역(口蹄疫)인지를 우왕좌왕하다 그걸 떼치지 못하고 허리춤에 달고 2011년으로 데리고 온 한해였습니다.
 공정이란 말이 어느새 사라져 버린 그 해는 2010년이었습니다.  
 2011년의 대한민국은 어떤나라가 될까, 되어 있을까요. 능력이 되면 법을 어긴 것 쯤은 옛날 일이니 고위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2010년의 대한민국이 그냥 유효일까요.
 정치만 요란하고 법도 양심도, 더욱 도덕은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라는, 도덕적해이라는 말 돌림으로 경제를 앞세워 희석(稀釋)시켜버린 2010년이기도 합니다. 도덕이 우선인데.
 올해에는 마이클 샌델의 <왜 도덕인가(원제; Why Moralist)>를 잡고 숫제 도덕의 무감각에빠져버린 구덩이에서 저자는 어찌 헤어나는지 셈해 보려 합니다. 그래도 희망이 2011년이어서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뿔쯤 하지마시고 건강 챙기시구요.

권 용 세
(thewalnu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