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계약이란 증여자가 무상(대가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부담을 조건으로도 할 수도 있음)으로 일정한 재산을 타인(수증자)에게 준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수증자가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민법 제554조)을 말한다. 증여는 자선이나 종교활동 등 특별한 목적에 의한 경우 외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대가 없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민법은 증여계약에 관한 특별한 해제원인을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본다.

첫째, 증여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증여계약은 당사자가 이를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55조).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는 것을 방지하고, 증여의사를 서면으로 명확하게 하여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서면에 의한 증여’란 증여자가 자기재산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증여의사가 문서를 통하여 확실히 알 수 있는 정도로 서면에 나타난 증여를 말한다. 비록 서면의 문언 자체는 증여계약서로 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 서면 작성에 이르게 된 경위를 고려할 때, 증여의사를 표시한 서면으로 인정된다면 ‘서면에 의한 증여’라 할 수 있다.(대법원 판례 2003다1755 소유권이전등기)

둘째,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망은행위(은혜를 저버리는 행위)를 한때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민법 제556조) ①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은 때, ②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이다. 단, 수증자의 망은행위가 있더라도, 증여자가 그 망은행위를 안날로부터 6개월을 경과하거나 증여자가 수증자에 대하여 용서의 표시를 한때에는 해제권이 소멸한다. 셋째,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이다(민법 제557조). ‘그 이행으로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의 여부는 증여자가 속하는 계급 지위 등을 감안, 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증여자가 생존상 필수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해당된다. 

유의해야 할 것은, 위와 같은 증여해제 사유가 있더라도 증여자가 증여계약에 정한대로 재산을 이미 수증자에게 준 상태라면 증여계약은 해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산을 인도(건네 줌)하였거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면, 비록 위 해제사유가 있다하더라도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없고, 확정적으로 수증자의 소유가 된다. 즉 증여계약의 해제는 이행이 완료되기 전까지 해제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종종 미리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한 부모가 자녀들이 돌변했다며 법적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있는데, 이미 이행이 완료되었다면 불가능하다. 다만 부담을 조건으로 한 증여라면, 조건 불이행을 이유로 해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선행 법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