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파 먹히는 성주산이 아쉬워 성인 성(聖)자를 원래 내어지는 소리대로 ‘승’이라고 억지 써 써봅니다. 옛날에는 그리 불렸어서 입니다.  이 산이 마구 파 헤쳐집니다. 산업용 땔감에 등 따뜻하게 해주려 내장까지 퍼 준 <승주산>, 우리에겐 어렵사리 자식 키우는 어버이 같은 산이었습니다.   이 산을 산업도로랍시고 허리춤을 잘라 내더니 질세라 공공기관들이 키 재기 합니다. 거기 가는 길이 <성주산로>라네 가 되고.  덩그런 두채는 77번지로 우뚝 입니다. 

기름 한 방울도 안 나온다는데 <승주산길 77>에 볼일 보러 갈라치면 시간 맞춰 오는 민원버스를 타야하는 어려움도 아까움과 같이 해야 합니다.

2010년 11월 26일, <성주산로 77> 새로 달린 문패입니다. 이 <77번지>에는 정문이 따로 있을 법한 두 건물이 성주산이 철 따라 그려놓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고 우깁니다. 그나마 숨통인 건물 사이를 아주 편리하게 다리로 걸쳐 조여 놓곤 유리로 쓸모없을 그놈의 생색내깁니다. 그런 오른쪽, 남의 대문을 쓰는 거기, 보령시 의회의사당(?)입니다.

닷새 동안 2010년 보령시 행정사무감사가 있다기에 큰 맘 먹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전가(轉嫁)된 문제들은 뭘까, 그게 왜 일까, 그냥 안고 가면 어떨까, 안될까, 그런것들을 물리치려 면 우린 어디쯤에 있어야 할까, 모른 척 비키면 거긴 나락일까, 그걸 물으려 ‘행감’에 길 나섰습니다.  2층 본회의장으로의 안내, 공공건물에서는 받아보기 어려운 친절입니다. 회의 중 어디서 왔느냐는 주무관의 잘근잘근한 질문 빼고는. 이미 진행부서에서 기재사항 끝나 방청표찰까지 받았는데, 행색 때문일까, 가뜩이나 질문요지도 또 그 답변도 잘 들리지 않아 신경이 곤두섰는데 입니다. 하여 참고 조근조근 대천에서 왔다고 답합니다. 뜨악한 표정 보니 그런 답을 원했던 게 아니었나 봅니다. 시침 뗍니다.  아주 잠깐, 이 신경 씀에 의원의 질문, 해당 피감자의 답이 저만큼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래도 그거, <큰일납니다>란 질문(?)은 간신히 건졌습니다. 아마 두어번 한 소리여서였던가 봅니다. 행감장에서 이런 태클이라니, 밥맛입니다.

간간히, 시행결정에 시민참여를 권하는 질문 말미는 감사라기 보단 의견개진이어서 벌써 강평인가 싶기도 합니다.  게다가 여성의원의 질문에 답변 나선 핵심부서장은 질문 사이사이에 “응, 응”하며 목울대 추임새를 넣어주는 친절(?)은 가관입니다. 질문의원을 아래쯤으로 상시 착각인 듯싶어 그런 뜻이었는지, 짚었으면 했는데 그냥 지나가는 의원님들입니다. 거기 덛 댐은  피감측의 모양샙니다. 잔뜩 거느린 참모들은 닮은 꼴, 전혀 도움이 안 되는지 뒤 돌아 귀 열기 바쁩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쌓아 놓은 자료 자꾸 들춥니다.  표시가 없나 봅니다. 시간만 죽입니다. 안쓰러운지, 아님 그래 왔는지 물은 의원 또 “됐다”네요. 답이 또 없는데도.

사회단체에 보조금인지 지원금인지를 왜 줄까
중부발전 본사는 왜 그리 높임에  그렇게 생떼인지
210억의 쌈짓돈 쓰임새 나 몰라 라에  뜬금없이 칭찬은
기채한 불확정시한에 따른 이자 빼 낼 계정은
제조가 뭔지 몰라 저서 물어줘야 할 몇 억일지 몇 10억일지는 어디서 또
 
 우린 문화원도 있습니다. 환경단체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노인회 하며 평통, 자유총연맹, 무슨무슨협회등 수도 없이 많은 사회단체들이 우리세금을 지원금인지 보조금인지로  가져 간다네요. 우린 그걸 까맣게 몰랐습니다. 왜 그걸 주는지는 더더욱 모릅니다. 많고 적음은 아예 대꾸도 되지 않습니다. 그럴 걸 왜 날 잡아 불렀는지, 그게 어때서면 당연히 할 말 없습니다.

우린, 중부발전이란 곳이 오면 어떤 도움이 어떻게 있는 건지 그 숨겨 놓은 보따리를 대충 말고는, 우리들은 모릅니다. 더욱 고도제한을 풀어 줘야 한다느니 는  칼자루는 내가 쥐었다는 것쯤으로의  짐작뿐입니다.  왜 꼭 거기여야 하는지 에는 이렇다 할 설명이, 이거 들어주면 가겠다는 그런 아니꼬움에도 꼬시기에 밸을 다 뒤집어 놓는 사연에, 붙임설명이 없습니다. 시늉도 안합니다. 그 쪽을 모셔 속내를 건드려 봄직도 한데. 갑과 을의 형세만 강제된 꼴이란 생각 즈음이면  과감히 흉내 한번 내 볼만도 한데 말입니다. 않네요.

보령시가 유사 이래 시민재산을 위임(?)받아 처음 투자한 반쯤공익(半公益)인 회사에 대해서는 예의 ‘달랑 밑천‘인 “참작하길 바란다”입니다.  피감 측의 모두(冒頭)설명에 30억 더 낸 돈에 대한 공부 안한 질문, 주민고용 부탁(?)으로 마감, 아주 짧게 끝내 귓전엔 프리젠테이션만 맴맴입니다. 부진한 콘도 분양, 하소연 했을지도 모를 피감측을 머쓱 하게한 뜬금없는 칭찬은 어디서 본 듯한 ’하기도 안 하기도‘ 여선지 불쑥 무리숩니다. 통장 집에 감초 몇 분 둘러 앉아 한 반상회쯤입니다. 그나마 굳게 자리 지키던 그 몇 분마저 반으로 줄어듭니다. 쌈지 돈이 아닌 내 것 이었어도 이렇게 했을까, 그렇게 했겠냐고  꼭 물어 보지 못한 후회, 합니다.

연육교는 일과(一過)성일 테고 저서 물어 줘야 하는 돈, 애물단지 해수욕장 3지군지 3차 지군지 하는 곳의 분양, 안 돼 기채한 지불이자는 어찌 할 건지,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겨 놓는 그런 일이 아닌데.  올 ‘행감’, 도무지들뿐입니다.

<2010행감>은 답이 없을 질문에 답이 필요 없을 질문, 답을 안 해도 되는 질문에 답 하거나 말거나의 질문을 위한 질문들이 의견으로 둔갑되기도, 절차로 포장되기도 한 닷새였습니다.

언제쯤 질문이 아닌 질의(質疑)에 그 답 근처만이라도 가볼 수 있는 ‘행감’이 될지, 오늘따라 황사 머금은 갯바람에 희뿌연 쌍둥이가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헛날이었습니다.   (뱀발 : <행감>은 은어일까요? 알려 주시는 모든 분과 티 미팅 날 잡아 티 파티 준비하겠습니다)

권 용 세(thewalnu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