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동안 법적인 분쟁을 한 번도 겪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순박하고 선량한 사람을 일러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칭송하는 말이 있지만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끊임없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이런저런 사건과 사고들을 생각하면, 선량함만으로는 법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과 사고가 갑자기 닥쳐오면 당황하여 사후처리까지 망치게 된다. 주변사람들은 상식에 입각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하지만, 비록 상식을 토대로 마련된 법과 제도라 할지라도 시중의 상식과는 엄연히 다르다. 따라서 전문가의 정확한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법률서비스 품질은 같을까 다를까?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생산된 물건이 아닌 이상, 전문성을 결정짓는 지식과 경험, 고객에 대한 서비스정신과 태도 등 많은 부분에서, 열 명이면 열 명이 모두 다를 것이다. 따라서 법률소비자의 현명한 선택 문제가 생긴다. 가정주부들이 과일이나 채소 등을 구입할 때도 색깔, 향기, 신선도 등을 꼼꼼히 살펴 주의 깊게 선택하는데, 그 보다 훨씬 중요한 법률서비스 선택 문제에서는 더 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법률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태도를 살펴보면 본인의 진지한 노력보다는 친인척이나 아는 사람들의 소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방식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신중하게 그 효과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건을 정확히 알고 있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사건을 처리할 전문가에게 충분한 설명과 의견을 제시하고, 대응방안에 관한 문제 등에 관하여 직접 상담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전문성과 성실성 및 서비스정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동안 법률시장은 전문자격자의 희소성으로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어 문턱이 높다는 비판을 받아 왔는데, 이런 상황이 소개에 의존해 선택하는 관행이 정착되게 했고, 소비자 선택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모든 시장은 항상 소비자를 향하여 열려있어야 하고, 법률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법률분야 전문인력 수가 급증하고 있는 현 상황은 법률시장을 완전 자유경쟁시장으로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좋은 품질의 과일을 이리저리 꼼꼼히 살펴 고르던 생활의 지혜를, 법률 등의 전문서비스 선택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여, 그동안 소홀히 했던 실질적인 소비자 선택권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반면 서비스 공급자들은 관행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소비자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이선행 법무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