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한강 남쪽, 경기도 광주땅, 그러니까 지금의 강남입니다. 압구정동 청담동 삼성동 일대가 모두 배 밭 이었드랬습니다. 아직도 개포동 개포고등학교 뒤 구릉엔 배 밭이 있어 수확기가 되면 길옆 원두막에 ‘배 팝니다’가 내 걸립니다.

60년대 과수원에는 배 보다 사과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우리 고장 대천에도 시내 한 복판에 자그마한 과수원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대천 1동사무소 옆 먹자골목이 바로 그곳입니다. 아카시아 꽃이 활짝 핀 과수원길 운치는 없었어도 우리 국민학생(그땐 초등학교를)들에겐 그 과수원집 또래들이 그렇게 부러웠드랬습니다. 이 과수원엔 배는 하나도 없고 사과나무만 있었습니다. 그 사과가 익는 가을이 될라치면 새콤 향긋한 내음이 대남국민학교 꼬마들 코를 무척이나 유혹하곤 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손짓입니다.  꼬마녀석들 몇이서 작당(?)합니다. 구성원은 필수적으로 그 과수원과 연관 있는 인사(?)를 꼭 넣도록 모의 합니다. 찾으니 있네요. 사촌간입니다. 불러, 작전을 설명하자 쾌히 승낙, 잡혔을 때의 면죄부가 보장 됐음을  ‘용사들, 도원결의 하다’ 로 하이파이브 합니다.

D-day, 찌는 듯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어둑어둑 어둠이 경찰서 강당 옆 골목으로 스며듭니다. 용사들, 밤에도 희끄무레하게 비칠지도 모를 얼굴엔 숯 검뎅이로 도포, 어둠속으로 잦아듭니다. 위장진입입니다. 숨죽이기 한참, 사과나무가 장승입니다. 인기척 없습니다. 두어 개 땄을까 원두막에서 서치라이팅 입니다. 꼬마용사들 모두 생포 됐습니다. 우선 꿀밤 한 대씩,  경찰서에 넘긴다는 엄포에 가슴이 오그라듭니다. 그래도 경찰서는 뒵니다. 당장 학교에 알리면, 이게, 눈 바로 앞에 닥친 벅찬 두려움이었습니다. 다행히 용사들, 부모님께 인계되는 걸로 작전 끝, 마무리 됩니다. 위장된 숯 검뎅이얼굴인 채. - 용사들에겐 그 사촌을 필수요원으로 영입한 게 천추의 한(?)이었습니다.

길동이 아버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길동이를 위해 어려운 살림에도 이사를 결심합니다.
박부농씨는 옛날 배 밭이 천지개벽한다는 소문에 그 곳으로 이사 갈  방법을 연구합니다.
원공무씨는 진흙 밭이 금 밭이 된다는 정보를 알아 허름한 단칸방을 하나 삽니다.
신기자씨는 대 여섯 번이나 주소를 옮겨 자식들이 왕따(?) 당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백귀희씨는 100원에 산 집을 50원에 샀다고 큰 자랑입니다.

고리채씨는 거기 땅이 개발 된다는 믿는 정보에 논 밭 서너 정보를 삽니다. 이렇게 사연들이 각가지 이지만 눈길을 잡는건 자식팔기(?)입니다. 나머지는 100원으로 1000원 만들기입니다.

길동이 아버지는 살던 집 팔아 공부하기 좋다는 동네로 전입, 전세로 진입 합니다. 박부농씨는 그 배밭에 짓는 아파트가 투자가치 있다는 입소문에 마음은 굳혔지만 그 아파트를 신청하려면 자격이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에 노심초사, 간신히 돈 조금 쥐어주고 주민등록을 옮깁니다. 이사는 않구요. 원공무씨는 동대문 옆이 재개발된다는 정보에 쪽방을 하나 삽니다. 신기자씨는 댓 번씩 주소를 옮겨가며 재산을 뻥 튀깁니다. 박귀희씨는 절세는 이런 것 이다 를 실천해 보입니다. 고리채씨는 그 땅이 농지여서 거기 살아야 된다는 법을 원망하며 간신히 주민등록만 옮겨 놓습니다. 위장진입이 아닙니다. 모두 법어긴 위장전입입니다.

길동이네만 그냥 지금도 거기, 전세입니다. 나머지 다섯분은 모두 법을 이겼습니다. 네 분은 위장전입으로 돈을 버셨고 한 분은  우리 서민에겐 생소한 다운 계약서라는 것으로 세금을 포탈했습니다. 오래 전일이라 공소시효라는 게 있어 지금은 죄를 물을 수 없다 네요. 8월 8일의 레전드 입니다. 후반기 국정운영의 묘수라며 자식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그게 실정법 어긴 위장일지라도 봐 주자는 여당의원들의 책무는 초록은 동색 이어서일까 입니다.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느냐, 관행이었다’가 집권층이 우리 국민에 대고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으로 되어 지고 있습니다. 문제되면(걸리면) “관용을 사용으로 했다면 그 비용을 환불 하겠다”는 낯 두꺼움에 <안 걸렸다면 ->하는 바람이 묻어 있음을 우린 봅니다. 도둑이 붙잡히자 도둑질한 물건을 도로 내어 놓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판례(?)가 전입되는 순간인가요. “죄송합니다, 사과합니다”로 자리 매김한 노블리스 오블리쥬 입니다. 이제 모럴 해저드는 우리 사회  한복판에 당당히 깃발을 꽂습니다. 이걸 <사과>의 장음이 단음처리가 다반사인 언어의 마술이 빚은 청각의 혼란에 기인된 건 아닐까 억지입니다.

 어느 분은, 이렇게 하지 않는 사람을 의인으로 까지 표현합니다. 그만큼 우린 도덕이란 덕목을 의롭게 여기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의인이 아니고 분명 범인(凡人)이어야 일텐데 -

위장전입, 남을 속이는 일 로 치부하기엔 너무 억울합니다. 당신 때문에, 그러니까 자녀를 위함이면 근처에 살던 다른 아이가 먼 곳으로 배치되는 불이익을 받습니다. 부동산투기의 목적이면 어느 한가정은 당신 땜에 당첨이 안 되는 불운을 또 쥡니다. 사과서리 나서는 용사들의 위장과 당신들의 위장은 도무지 같을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당신들은 우리를 모두 위장전입자로 전락 시켰습니다. 다 그렇게 했다고, 왜 나만 같고 그러느냐고 하는 당신들 때문입니다. 함께, 자녀를 위한다는 명분이 범법을 합법으로 둔갑 시키는 요술이 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일리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죄송합니다, 사과합니다’를 아닌 입에 단 당신들 때문에 사과나무 과수원의 위장진입이 사과서리의 그 시절 낭만을 감히 추억으로 남기지 못함입니다.  일부 언론에선 총리후보자의 낙마를 거짓말이 원인이라 진단합니다. 거짓말은 죄가 되고 법을 어긴 것은 죄가 아닌 것으로 이해되어지는 사회에, 우리 지금 ‘강제전입’되고 있는 건 아닌지 입니다. 위장진입과 위장전입의 구분이 확실한 사회, 그게 공정사회입니다.

권 용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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