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영어를 제외한 제2외국어를 선택해야합니다.  그래놓곤 제2외국어는 달랑 하나입니다. 대부분 독일어. (어떤 학교는 불어를 곁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국어 영어 수학등 원래 필수와 다를 게 없는 ‘필수선택’입니다. 이런 예는 그때 대한민국의 대부분 고등학교가 같이 가는 커리큐럼 이었습니다. 이때의 독일어는 선택이 아닌  <의무적 필수>인 셈이지요.

 언제부터인진 몰라도 아침밥을 사 먹는 이 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식당입니다. 갈 때 마다 TV수상기가 두서너 개 더 있었으면 합니다. 신문도 서너 개 더 봤으면 하구요.
 식당 안입니다. 모두 TV를 보고 있습니다. 식사 하시는 한분만 고개가 왼쪽 갔다 오른쪽 갔다, 입에 밥 넣으랴 바쁩니다. 간지에 부록까지 모두 왼쪽 팔꿈치에 깔고 한줄 읽고 밥 한술, 두 줄 째 읽고 깍두기 한쪽, 이러면서 밥을 다 먹습니다. 간지나 부록은 보지도 않습니다. 밥 나올 때 까지 멍하고 벽만 보는 하릴없는 여러 사람 입니다.
 이튿날, 그 식당 안입니다. 밥 나올 동안 모두 TV를 보고 있습니다. 한 사람 들어옵니다. 들어오자마자 댓바람에 채널을 돌립니다. 연속극입니다.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웅천에 불이 났다는 자막으로 끝입니다.  열대여섯 명이 서로 눈길을 피하네요.

도서관입니다. 여러 가지 신문을 철해놓은 열람실입니다. 늦었네요. 참고하려던 신문이 벌써 딴 분에게 접수 됐네요. 꿩 대신 닭, 혹시 보려는 기사가 닭신문에 있길 기대하며 닭신문을 찾습니다. 없네요. 어럽쇼, 닭신문도 꿩신문을 차지 한분이 꿩신문 밑에 깔았네요. 하릴없이 경제지로, 닭대신 병아리입니다. 이것도 없네요. 얼씨구 병아리도 꿩신문 밑에 깔렸네요. 이쯤되면 슬슬 밸이 꼬입니다. “선생, 안 보는 닭신문 좀 봅시다” 고울 리 없죠. 꿩 선생 “저기 신문 많이 있는데요” 밸 선생 “닭신문에 난 기사를 보려고 하는데 닭신문은 보지도 않고 깔고만 있으시니 --- 내가 좀 보면”에 화를 벌컥 내면서 잔뜩 있는 신문 놔두고 왜 하필 내가 보려는 신문이냐는 겁니다. 그래서 옥신각신, 그 열람실 직원은 좋은 구경거리 만난 듯 팔짱입니다. 늦은 자가  참아야지. 20분쯤 기다려 꿩신문이 꽂힙니다. 앉아 한 면 넘겼을까 옆에 계신, 신문 보시는 분, 면을 넘길 때 마다 힘이 넘치는지 ‘쉭’ 소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면이 꺾이면서 내는 소리, 잘 냈는지 모르겠네요. 거슬리지만 꿀 먹은 벙어립니다.

도서관안 맨 아래층, 자유 열람실. 가져온 책을 열심히 읽습니다. ‘딸깍 딸깍’  ‘똑 똑’ 3층 까지  뚫린 그 높은 천정을 마음 놓고 메아립니다.  아가씨의 뒤꿈치 맨숭한 힐이 내디딜 때마다 경쾌한(?) 반응입니다. 말이 딸깍이지 그 소음은 가히 머릿속을 하얗게 만듭니다. 얼굴요?  자신 있습니다. 턱까지 바짝 치켰네요. 오늘 도서관은 영입니다. <배려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 라는 층계마다에 붙여진 블로슈어는 악세사리 됩니다. 누구 좀 말려 주세요입니다.

공중목욕탕입니다. 입욕요금 냅니다. 프런트까지 우렁차게 들립니다. ‘카아악’, 양치질에 못 견뎌 토해내는 단말마입니다. 그냥 돌아가? 이발해야 하는데. 들어갑니다. 아뿔사, 남탕에 웬 여자가?  유아원 2년차쯤 된 여자아이 둘이 또래 남자아이들을 보다 어른들을 보다 하는 게 아무래도 비교(?)하는 듯 해 민망합니다. 또래 사내 녀석들은 아예 탕 속에서 나오질 못하네요. ‘카아아악’도 여전하구요. ‘카악’쯤은 한둘이 아닙니다. 옷 입으러 탕 밖으로 나옵니다. 헤어드라이 라고 하는 것 있죠! 그걸로 사람들을 향해 벌건 ‘뒤’를 들이대고 휘휘 흔들며 말립니다. 그리곤 남자 ‘꺼’를 이리 젖히고 저리 비틀며 열심히 말립니다. 한손으론 ‘뒤’, ‘꺼’를 말리는데 일조를 합니다. 서로 맞잡는 악수란거 그 사람과는 어떨지 입니다.  바닥엔 제법 꼬불꼬불한 실(?)들이 헤어드라이 훈기에 이리저리 쓸립니다.

 다른 식당입니다. 고기 먹으러 갑니다. 조금 이른 걸까 손님이 별로입니다. 하지만 조용하고 담배 피우는 사람도 없어 아주 쾌적합니다. 고기가 잘 익었네요. 한입 넣자니 우르르 사람들이 밀립니다. 우리와 맞닿은 식탁에도 손님이 옵니다. 불안합니다. 아니겠지 가 무색합니다. 다섯 사람이니 방석이 다섯 개입니다. 하나하나를 집어 던집니다. 그럴 때 마다 먼지가 풀썩, 풀썩, 풀썩, 풀썩, 풀썩입니다. 하나같이 다섯 개를 보란 듯이네요. 고기 반 먼지 반을 먼지 반이 섞인 상추에 쌉니다. 먹음직스럽나요.

아이들은 들입다 뜁니다. 웬만한 식당엔 밥 먹는 홀 옆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습니다. 신난 아이들은 식당 전체를 숨바꼭질 장소로 씁니다. 옆 테이블 고기 다 드셨나 봅니다. 담배를 유유히 태우시네요. 다섯 분 모두 소주 병 주둥이에 꽁초를 넣네요. 꺼질 때 까지 담배연기 병안에서 꿈틀거림이 예술입니다.

옛날 공중화장실입니다.  ‘큰 것’ 보는 문마다 한사람씩 늘어섭니다. 재수 좋은 분은 금새 문이 열려 바로 들어갑니다. 재수 없는 분요, 안엣 분이 설사인가 봅니다. 같이 줄 섰던 분들은 볼일 다 보고 벌써 2진들이 기다리는데 여긴 아직도 입니다. 이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경우 따라 나로 바뀐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는 것,  입장 바꿔 보는 생각, 그게 왜 선택일 수 없고 필수도 아니며 의무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봄직 합니다.  그게 우리의 별 생각 없는 일상이 되었으면 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물었답니다. 가보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고. 우리, 한국은 쉰 번째 였다네요. 우리가 깔봤을지도 모를 몇 나라들은 우리보다 훨씬 앞이라네요.  (thewalnu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