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주고 서서 받는다’라는 말이 있다. 서서라도 받으면 다행인데, 싹싹 빌어도 받기 힘들다고 한다. 빌려준 돈 받기가 쉽지 않음을 표현하는 자조 섞인 말이다. 독촉하고, 달래보고, 사정하고, 화도 내본 끝에 최후 수단으로, 채권자는 법원 등을 통하여 집행권원(판결, 지급명령, 이행권고결정, 화해권고결정,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 화해?인낙조서, 조정조서, 집행증서 등)을 받아 경매와 압류 등으로 채무자 재산에 강제집행을 시도한다.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하려면 채무자의 재산상황을 정확히 알아야하는데, 통상 채권자가 직접 할 수 있는 방법은, 채무자가 살고 있는 집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이나 소유 자동차의 등록원부를 발급받아 보는 것과 월급을 압류하기 위하여 채무자 직장을 알아보는 수준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채권자가 채무자 재산상황을 추적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면, 채권자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받은 집행권원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 채권자에게는 가혹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민사집행법은 채권자가 법원을 통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추적할 수 있는 재산명시명령(제61조-제69조)제도와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재산조회((제74조-제77조)제도를 두고 있다.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직접 채무자의 재산을 찾을 수 없다면,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할 수 있고, 이 신청이 적법하다면 법원은 채무자에게 소정양식에 의하여 작성된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재산명시기일에 출석하여 선서하도록 한다. 재산목록이 제출되면 채권자는 열람 또는 등사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확인하고, 재산이 있으면 강제집행을 하면 된다. 만일 채무자가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재산목록 제출 또는 선서를 거부할 때에는 20일 이내 기간을 정해 감치(구치소나 유치장에 가둠)할 수 있고, 재산목록을 거짓으로 제출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000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채무자가 재산목록에 기재할 강제집행 대상이 되는 재산에 관해서는 민사집행규칙 제28조 2항에서 열거하고 있는데, 현재 채무자가 소유하고 있는 환가 가능한 유?무형의 일체재산은 물론, 재산명시명령 송달 1년 이내에 있었던 부동산의 유상처분, 2년 이내에 있었던 무상처분 등과 이런 거래와 관련된 사람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도 거래내역과 함께 적어 내야한다.    

재산명시명령신청으로도 채무자의 재산을 찾지 못했다면, 최종적으로 법원에 재산조회신청을 하여 국가기관 및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채무자의 부동산과 금융재산 등에 대한 추적을 광범위하게 할 수 있다. 만일 채무자가 재산명시명령에 의한 제출할 재산목록에 허위내용을 기재한다면, 이 재산조회절차를 통해 밝혀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