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천鳴川 이문구李文求 선생 문학관을 세우게 되었다고 하여 보령시민으로서 이제나 저제나 기대하고 있었다. 밖으로는 보령의 정신문화를 상징하고 안으로는 보령인의 정신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문학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설계절차가 끝나고 곧 착공한다는 소문에 매우 반가운 마음이었다.

그러나 며칠 전 들은 이야기로는 단독적인 이문구 문학관이 아니라 한 건물 안에 장암長巖 이곤순李坤淳 선생 서예관과 문화원, 향토사자료관 등을 함께 두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명천 이문구 문학관이 될 수 없다. 또 장암 이곤순 서예관도 아니다. 알맞은 명칭이라면 보령종합예술관일 것이다.

언젠가 유족이 문학관 건립을 강력히 반대하며 유품반환을 요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 이유를 몰랐었다. 그러나 종합예술관처럼 짓는다는 말을 듣고 나니 유족이 왜 그렇게 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겠다. 배 밭이라 해놓고 사과, 모과 등 마른 과수들이 함께 섞여 있다면 어찌 배 밭이라 할 수 있는가? 사과 밭도 모과 밭도 못된다. 그냥 과일 밭일 뿐이다. 만약 처음부터 필자가 鳴川 선생의 문학관을 짓는 일에 참여했더라면 강력히 반대했을 것이다.

뭐 그리 까다롭게 생각할 필요가 있냐고 반론하겠지만, 그것은 문학과 예술의 가치를 모르는 몰상식한 생각이다. 만약 이곤순 서예 전시회라 해놓고 거기에 다른 이의 그림이나 조각품 따위를 섞어 전시한다면 이곤순 서예가의 명예가 어떻게 될까? 또, 이문구 소설집이라 해놓고 그 책 안에 다른 이의 글이 함께 실린다면 이문구 소설가의 명예가 어찌될까? 마치 단체전시회를 개인전시회라고 알리는 것과 같고 책을 공저로 내놓고 단행본인 것처럼 알리는 것과 같다.
이는 결코 명천께도, 장암께도 명예로운 일이 될 수 없고 추진한 이들의 노고와 업적도 실추되는 일이다.

마치 혼자의 이름으론 문학관도 서예관도 세울 수 없을 만큼 작은 인지도의 인물로 취급해버리는 크나큰 불손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담당한 추진위원들의 잘못이라지만 나아가서는 보령시민의 망신이 될 것이다. 더구나, 만약 이문구 문학관을, 이곤순 예술관을 짓겠다는 구실로 예산을 받아냈다면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문학과 예술은 그냥 하는 장식품만이 아니다. 우리 몸이 살아가려면 물질이 필요하듯이 정신을 위해서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며 무형문화의 보유보존 가치를 위한 것이 필요하다. 그런 귀한 가치를 잘 살릴 생각은 못하고 사업편의와 가시적 효과만을 위해 졸속으로 펼쳐나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학관도 서예관도 국민이 낸 막대한 세금을 들인 사업이니만큼 그 효과나 보람과 의미를 극대화해야할 의무가 사업을 추진하는 측에게 있다. 그러므로 어떤 출혈이 있더라도 반드시 명천 문학관과 장암 서예관 만은 따로 세우도록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할 일이다.

건립추진위원들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담당부서에게 이문구 문학관과 이곤순 서예관 건립에 대한 설계를 다시해줄 것을 시민으로서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