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유가 아닙니다. 종이지도 아닙니다. 남길유에 뜻지는 더더욱 아닙니다. 머물유, 따지는 어떨까 싶지만 불을 붙이면 훌훌 타버리는 기름종이 쯤으로 여김이 그래도 근처인 듯 싶습니다.
 아주 예날 얘깁니다. 그러니까 한국전쟁 전인지 후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아무튼 50년이 훨씬 넘은 그때에  있었던 대천의 재밌는 풍자성 해학(일화)입니다. 지금도 가끔 세상이 꼬인다 싶으면 “우선 나 하고- ”로 주위에 번진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분도 계십니다.
 

그땐, 대천은 얕으막한 지붕들이 오손도손 끼고돌아 그렇게 큰 집이 별로 없었습니다. 기차역도 나무집이어서 계절되면 열심히 페인팅 되곤 했습니다. ‘빼액’소리 지르며 아래갈머리 모퉁이를 시커먼 머리통부터 들이미는 기차에, 서울에서 오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웠던 때입니다. 아참, 그땐 천안에서 갈아타야 되는 시절이었습니다. 그 땐 또 대천이지 보령은 지금의 주포쯤 이었을 겁니다.
 

기차에서 내린 서울손님으로 설정됩니다. 대합실에서 나온 이 서울 손님은 목이 말라선지 샘을 찾습니다. 오른쪽 역장 관사에 마련된 펌핑 지하수(맞는지 모르겠네요)를 가르킴 받습니다. 배불뚝이 펌핑기에 물을 한바가지 붓고 냅다 펌핑해야 하는데 순간이 늦었나 보네요 꼬르륵 소리내며 부은 물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이렇게 하길 몇 번으로 실험(?) 끝낸 신사는 간신히 물 한 모금 얻습니다. 다시 대합실 쪽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꺾습니다. 지금의 일방통행로입니다. 여름철이어서 길가 집들은 길에 물 뿌리기 한창입니다. 더워서라기 보다는 흙먼지 때문이 더 큰 이유 아니었었나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지금의 농협 하나로마트(그땐 농업창고)로 꺾이는 그쯤이 아닐까, 서울 손님이 열심히 물 뿌리는 나이 지긋하신 분에게 말 겁니다. “저 아저씨, 대천에 유지가 몇 분이나 되시나요” (왜 물었는진 모르지만)에, 머리에 포마드를 척척 바른 그 대천어른 “ 대천에 유지가 몇 되나”(되나유 할까봐 조마조마 했을지도 모릅니다) “가만있자 우선 나하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헤입니다. 이 시골 어르신 뜻하지 않은 신분 상승(?) 기회에 만족해하시는군요. 별로 필요해서 물은 것 같지 않은  서울손님도, 답한 대천어른도 두 분 속마음, 다르지 않을 듯, 읽히네요. 그 시절 <뜻이 있는 사람>으로 불린 유지(有志)는 그곳에서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글쎄요 그 때는 앎이 넓고 다양한 경험과는 상관없이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분들에 퇴직한 전직 군청직원들의 전유물이었다는 기억입니다. 그리 알았음은 나이가 어려서였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5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엊그제 우리 시민중 몇 분이 도민상담위원이 되셨다고 그 이름이 큰 활자로 찍힌 걸 봅니다. 아직도 그게 왜인지, 그제나 지금이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유지>에 매칭 되는지 묘합니다. 우린 언제부터인지 <약방에 감초>란 말을 좋은 뜻으로만 사용하진 않고 있습니다. 공무원 수명이 다되어 나온, 그것도 특별한 직을 맡았던 적도 없었던 퇴직 공무원이 그런 속절없는 기구에 꼭 끼임도 <약방의 감초>입니다. 
 

우린 관공서라며, 세금으로 급료를 받는 분들이 근무하는 곳을 통칭합니다. 이 관공서에는 적어도 하나쯤은 무슨 무슨 위원회라는 알 듯한 기구들이 있습니다. 아시죠! 이 위원회의 위원 추천은 해당 관공서의 공무원이라고 합니다. 그래선지 아주 쉬운 방법으로 <약방의 감초>가 쉽게 떠올려 집니다. 이게 행정편의의 한 단면으로 보여짐은 어쩔 수 없네요. 그래선지 그런 위원회가 어떤 현안을 결정했고 그 결정된 사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우린 모릅니다. 아무도 아는 이가 없습니다.
 

아마 그 때가 대천시청 시절일 듯합니다. 시청 내에 시정계란 총무과의 선임계가 있었습니다. 거기 근무하는 한분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들이 아무리 발버둥 처 봐라, <우리>한테 잘 보여야지”. 여기서 <우리>는 누구들일까요. 아마 누군가가 순진하게도 그런 위원회 같은데 끼려 점심 대접을 했던가 봅니다. ‘한 봉투 하지, 까짓 점심은’, 그때 말 못해준 게 지난 아쉬움입니다. 그렇다 치고 그럼, 그 <약방의 감초>를 위해 제가 위원회를 하나 만들어 볼까요. 이름하여 ‘화장실 문화 담당 위원회’. 이 위원회의 위원이 되시면 매일같이 누구나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합니다. 거마비는 실비로 드립니다.  정원 12명이라는 화장실 청소위원회가 성원이 될까요. 또 관공서의 담당 직원은 당연히 예의<약방의 감초>를 쉽게 선정 했을까요. 점심 샀다는 이분은 어땠을까요.   
 

그런가 하면 어느 위원회의 어느 위원은 행정대봉투에 든 내용과는 아랑곳없이 오후내내 볼일 있어(?) 다방으로 시장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이면 그 봉투를 앞세웠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선 나하고 -’와 같이 시정의 인기소재 였습니다. 이런 절차였다면 “당신은?”- 상상으로 실소입니다.
 

사실, <약방의 감초>면 어떻습니까.  누구이던 간에 <예비 타당성 조사>같은 시행 전 여러  가능성들을 놓고 치열한 논의와  깊은 고민으로 일정이 넘쳤다는, 나무랄 수 없는 그런 소식이면 말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그 위원회가 ‘그 얼굴이 그 얼굴’에 그 <약방의 감초>가 퇴직공무원에게 당연히(?)베푸는 자리로 매김되면 그 동네, 앞이 안보입니다. 적재적소에 적임을 추천해야하는 책무, 그래서 공직자의 빠듯한 몫입니다. 그 자리가 크든 작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