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며, 하늘이 우리 인간에게 하늘이 있음을 알린 그런 밤이었습니다. 동이로 부어버린 하늘의 눈물(?)이 우리를 다시 보게 한 칠흑같은 오밤중이었습니다. 2010년 7월 23일과 24일 이틀을 살짝 걸쳤는데도 그 야단이었습니다. 그리고 24일 오전 10시경입니다. “당신 뭐 하는 사람야” - 70대 할배의 격앙된 소리, “왜 반말야, 우리아버지가 90이 넘었는데” - 40대의 젊은이가 허리춤에 팔 올리고 할배 얼굴에 들이대는 험악한 표정. 할배는 무서워서인지 주춤주춤 물러섭니다. 40대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뭔 소린지 뜨악하시죠. 이렇습니다. 그게.
70대 할아버지는 화가 나 있었습니다. 산 밑의 집수구를 시멘트로 철저히 막아 그 많은 비에 흙더미가 집 앞 길을 덮어 버렸습니다. - 그 집수구는 10년이 넘게 거기 있었답니다. 깎아지른 산 밑에는 골짜기 따라 흘러내리는 물을 거르기 위한 집수구가 있습니다. 그 뚜껑은 앵글을 성글게 가로 세로로 이어 용접을 했습니다. 아마 돌을 가르기 위함인 듯 했습니다. 그렇게 10여년을 탈 없이, 아무리 비가와도 끄떡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그 집수구를 무슨 연유에서인지 개축했답니다. 뚜껑을 걷어내고 아주 완벽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꿔 버린 겁니다. 그 과정에서 할배는 물의 흐름을 막는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를 위험성을 들어 무척이나 반대 했답니다. 그러니까 그 집수구를 개선할 때 그 할배는 원래의 망 뚜껑을 녹슬지 않는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집수구 개선주체는 할배가 똑똑해 보이지 않아서였는지 그 의견은 귓등이었다고 합니다. 10년간 이런 물난리를 당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할배는 물이 빠지는 집수통을 막는 일에 적극적으로 반대 못했던 게 후회되어 자신에게 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답니다, 할배는. 그래서 홧김에 이 집수구를 이렇게 만든 놈이 누구냐고 막말을 했답니다. 이때 머드축제 티를 입은 40대 젊은이가 왜 욕하느냐며 달려들자 한, 할배의 말이 ‘당신 뭐 하는 사람야’ 였다는군요. 거기에 ‘왜 반말야! 우리 아버지가 90이 넘었는데’하면서 70할배 턱을 40젊은 머리로 받을듯이 달려드는 지경에, 할배는 주춤 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은 요, 40대 젊은 공직자(나중에서야 알았다)의 의기양양한 판정승. 보나마나죠. 오늘도 그 자리엔 40대 젊은 공직자의 승전보를 확인해 주는 흔적들이 나 뒹굴고 있습니다. 그후 -
할배에게 물었습니다. 할배가 옳은 듯한데 왜 그냥 물러나십니까 에 “봤잖어 그사람 그 등치에 그 젊음으로 한 대라도 올려치면 나만 다치지, 법은 저기 있으니까”입니다. 그 사람 공직자던데 하자 “아이구 그래요, 내가 잘 참았지”입니다. 지금도 무엇 땜에 잘 참았다고 했는지, 혹시 공직자와는 올 그름을 따지지 않는 게 상책이라서 잘 참았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알면서도 하나 더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화 나셨습니까’에 “나중에 알았지만 시청에서 집수구 개선공사를 했답디다”로 끊습니다. 아마 다시 시멘트를 걷어내고 재집수구공사를 해야겠다는 말에 공직자의 세금사용에 대한 무개념이 더 화를 돋았나보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날 일을 생각합니다. 70대 할배를 40대 젊음으로, 더구나 공직자가 그렇게 무참하게 철 모르는 어린애 다루듯 왜 했을까, 당연히 욕(나무람이 어울리겠지만)먹을 일을 했다고 생각되진 않았을까, 공직자의 잘못으로 나이가 70인 늙은이가 밤잠도 못자고 행여 더 큰일 나지 않을까 밤새 주위를 맴돌았을 생각은 해 봤을까, 그러면서도 감히 재해대비기구(당직실에라도)에 알리지 못한 할배의 속내를 헤아려 볼 순 없었을까, “할배, 우리가 생각이 모자랐어 큰 걱정 드려 미안해” 이런 반말(빈말)만 이었어도 할배는 큰기침 한번으로 그냥 이었을 텐데. 참! 아쉬움입니다. 그리고 또 그후. 40대의 내지름은 진행형이었을까요.
24일 장마에 쓸린 흙더미를 갑자기 예의 할배집 앞에 누군가가 실어다 산을 만들었습니다. 할배는 이 범인(?)을 잡기위해 수소문합니다. 범인을 찾았습니다. 할배는 긴말 왜 필요하랴싶어 단도직입적으로 그 흙산을 치우라고 요구했답니다. 그 범인이 답합니다. 보령시에서 치울 거라고. 할배는 얼핏 생각합니다. 그럼 시에서 ‘저 집 앞에 처리 어려운 흙더미를 실어다 산을 만들어라’고 했단 말인가. 또 생각했답니다. ‘보복이구나’, 그 공직자와의 괜(?)한 다툼이 인연인 듯 해 많이 후회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할배는 집 앞 흙더미를 그냥 둘 수 없어 보령시에 통사정했답니다. 모르니 여기저기 통화로 요금은 계속 날아갑니다. 그렇게 해서 치웠습니다. 아직도, 흙더미들이 지저분하게 집 앞에 널려있습니다. 이젠 힘(?) 없어 포기한 할배는 ‘다시는 공직자와 올 그름을 따지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대집행> 해야 하는 분명한 공무인데 - 생각이 맴을 돌더랍니다. 하지만 할배는 포기로 마음 다집니다.
이제 그 70대 어리던 할배는 며칠사이 바짝 늙어버린 80대 할배가 돼 버렸습니다. 더 허리도 굽었구요. 그렇게 80대로 늙어버린 그 할배는 <공직자와 공무원>의 불림에 대한 다름을 이렇게 말합니다. <공직자>는 장(長)소리 듣는 사람이고 <공무원>은 그냥 그 소리 못 듣는 공무원이라고. 엉뚱하게 빗나갑니다. 이런 일로 그렇게 늙어감이 방관자가 되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그만이겠습니다만 집 앞에 쌓아놓았던 <그 흙더미의 진실>은 아직도 맴맴입니다. 결론은 지금껏 구경하신 여러분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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