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사람들이 살아가노라면 여러 약속들을 하게 됩니다. 이익을 위해 하는 약속, 그랬는데 되레 손해를 보는 약속도 있습니다. 그러겠노라 받은 약속이 이행이 안 되는 경우도 있죠. 그래 큰 낭패를 보는 경험도 합니다. 이런 건 약속의 순기능일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듣기 좋은 약속으로 유혹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상대가 쉽게 넘어 가는 경우지요. 역기능입니다. 그래 약속은 거짓말과 통하고 사기에 한쪽 다리를 걸치기도 합니다. 이 약속이, 이 거짓말이 곤란한 지경을 벗어 나기위한 약속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남을 해치기 위한 거짓말도 있다고 하니 약속이 갖춘 다양함이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인간이 참 그렇습니다. 이를 위해 머리를 수없이 굴려야 할 테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약속은 크게 남을 해치지 않는 거짓말에 남을 해치는 거짓말로 가를 수 있겠네요. 이것도 생각해보니 애초에 의도적으로 한 것 하고 별 의미 없이 한 그게 결과적으로 남을 해치게 된 경우로도 나뉘네요. 며칠 전 중앙 일간지에 정치인(전 지사)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선거후 미국에 가 있다는 그분과의 전화 통화였나 봅니다. “ - 정치적 자리가 아니다”라며 소속 당이 선거에 패한 이유에 대한 대답은 <세종시>입니다. 그러면서 시장 군수 등 선거에 의한 직들을 <정치+행정>을 알아야 한다는 선학(禪學)적 주석을 답니다. ‘민심을 제대로 읽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정부는 충청민들의 염원을 이해 한다는 전제에서 정서적으로 마음이 상한 충청 민들이 다소 이성적으로 문제를 볼 수 있게 도와야한다’ 면서 4대강 질문에는 정부의 대국민 홍보와 의견 수렴이 취약했다고 진단합니다. 금강 문제에는 보를 막든 뭘 하든 국비로 하니까 상관 없다고 합니다.
어느 자리에선가 개인적으로 그 분과 마주 할 기회가 있어 세종시 문제를 어찌 풀겠느냐 물었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신뢰>가 열쇠라 했습니다. 약속했으니 지켜야 된다는 뜻으로 받았습니다. 그런 얼마 후 그 분은 그 직을 자진해서 놓았습니다. “지사직을 걸고 세종시 문제를 해결 하겠다”던 그 약속에 <신뢰>를 얹은 비장함으로 그 직을 버렸습니다. 참신했습니다. 참으로 신선한 선언이었습니다. 우리네 동네의 자랑이었습니다. 물에 물탄 듯한 우리네라는 자조에다 비아냥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한방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서면 뒤통수친다는 비유는 그냥이었나 봅니다.
이후 이분은 선거에 즈음하면서 “이번 선거에는 세종시 문제를 덮자”, 거론하지 말자고 기자회견을 자청, <신뢰>를 뒤로 미루자고 했습니다. 선거기간 중에는 ‘세종시 원안 수정’이라는 후보자의 후견 연설인으로 활약했습니다. 이 <신뢰>란 제스처가 변신이란 미끼를 덥석 물었습니다.
약속을 지킨다는 믿음, <신뢰>로 지사직을 걸었던 그 분이 선거의 결과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과정들을 들춤은 아주 무의미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그냥 흘려버리기엔 그 <믿음>이, 그렇게 얻기 어려운 자리까지 놓게 한 그 <신뢰>, 그 약속, 그 직위까지도 건 대 충청민 호소에 왜 ‘이번에는 세종시 문제를 덮자’였는 지에 대한 설명을 그 당당한(?)외모로 대신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세종시 수정>을 외치는 후보를 지원하는 후견유세까지 합니다.
정리하면 세종시 원안고수 주장에서 지사직 담보로 원안고수를 위한 배수진, 어떤 위치에서든 한 약속은 지켜야 하며 그 약속은 신뢰, 곧 믿음이라는 주장에서 지사직 사퇴까지 일련의 사태를 꿰어보면 드라마틱한 약속의 이행입니다. 그게 6.2지방선거 때까지입니다. 선거 후의 이분 약속은 ‘충청민의 양보’를 강요(?)합니다. 아마도 선거 결과에 다른 입장 변화 인듯합니다. ‘정서적으로 마음이 상한 충청민이 다소 이성적으로 이 문제를 볼 수 있게 도와야한다’고 선거후의 소신을 말합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일별한 기분입니다. 카멜레온 같다는 생각도 오버랩 되구요. 이렇게 저렇게 <신뢰>를 담보로 한 약속들이 거짓말이 되어갑니다.
‘정서적으로 마음이 상한’의 정서적임이 어떤건 지 알 길이 없고 그런 충청민 마음을 ‘다소 이성적으로 이 문제를 볼 수 있게 도와야’한다는 지적은 이렇게 느낌이 옵니다. 정서적임과 이성적임이 대칭적으로 마주 선 거지요. 이렇게도 느껴집니다. 그 분이 말한 이성적이다는 감정적이다로, 그간의 충청민은 전혀 이성을 잃은 감정적인 주장이었다는 그분의 생각으로 읽힘은 억지일까요.
이렇게 충청인이 충청민을 보는 시각도 있다는 생각에 서글픔입니다. 그분은 아마도 ‘충청민은 내 손안에’로 자신하나 봅니다. 내가 <하는대로>에 ‘지가 워디가’로 충청민의 마음을 재단하는 건 아닌지 심히 두렵습니다. 그 분을 따르는 이들이 꽤 있어서입니다. 다음을 틀림없이 마음에 담고 있음에 운신의 돌을 충청에 놓을 것 같으니 충청이 걱정입니다. 어느 특정인의 손안에서 굴려지는 그런 충청민이었던가요. “아니거든요!” 허공에 대고 냅다 소리칩니다. 네가 틀렸어 하시는 분들이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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