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입니다. 경선하고 그 경선이 맘에 들지 않아 적전 분열이 예사로운, 그래서 탈당하고 무소속일 듯하다간 딴 당으로의 발길을 서슴치 않는 예비후보들의 나들이 계절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당신은 철새다 아니다로 한마당 하겠지요. 적군과의 동침인가요. 죽 늘어서 손에 손잡고 페어플레이하자며 두 손 번쩍 들어 만세입니다. 어색한 이걸 또 보게 되네요.
2010.06.02. 투표일입니다. 우리가 찜해야 할 여덟 분, 투표용지만도 8장입니다.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교육감 시장 시의원 비례대표(광역) 비례대표(기초) 교육의원, 이렇게 많습니다. 그런데도 얼마 안 돼 국회의원 선거를 또 해야 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이것도 계절만 되면 나타나는 필요악입니다.
선출직들의 이합집산 어제 오늘이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단연 세비들이 급여를 정복하기 위해 벌이는 머리싸움입니다. 숨을 죽이고 기회를 엿보다 무임승차로 올라탄 세비들의 행태입니다. 다같이 달에 받는 월급인데 국회의원의 월급은 통칭 세비이고 이 이외의 모든 직종은 급여로 부릅니다. 특별하지 않나요.
우린 2년 전에 국회의원을 뽑았습니다. 그때 출사표를 낸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4년간 열심히 국정을 보살피겠으니 저를 국회로 보내달라고 읍소했습니다. 공직에도 두루두루 섭렵해서 아는게 많노 라는 ‘나 안 뽑을래’입니다. 길에서 만나면 초하루입니다. 6차선 도로도 마다않고 뛰어 옵니다. 그렇던 당신, 그래서 국회의원이 됩니다. 초하루가 그믐이 됩니다. 6차선이 12차선이 되어 까마득합니다.
올해에는 국회의원을 뽑진 않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을 다시 뽑아야 하는 동네가 있습니다. 그 동네에서 뽑힌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에 나서면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기 때문입니다.
철만 되면 머리드는 선출직들의 독버섯입니다. 그 반대, 광역단체장은 그 직을 사퇴하고 국회의원에 나서진 않는다는 겁니다. 멀지않은 동네에서 샘플링합니다.
4년을 약속하고는 2년을 살고 남은 2년을 포기했습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 타이밍이었나 봅니다. 이렇게 동네 사람들과의 약속을 깬 그분은 전직이 임명직 고위 공직자였답니다. 여기 저기 시장을 지낸 밑천으로 국회에 진출했습니다. 이 분은 9급으로 공직을 시작한 것도 행시로 들어선 것도 아니기에 오늘의 그를 공직자들은 질투(?)도 합니다. 그도 역시 동네 분들과 새끼손가락을 건 건 아니지만 국회의원으로서의 4년을 약속을 했습니다.
2년만하고 그만 두겠다는 언질은 주지 않았습니다. 더더구나 2년후에는 도지사 선거가 있으니 거기에 나서겠다는 말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랬다면 국회의원에 당첨(?)이 됐을까요.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 봄직 하네요.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저를 국회로”말입니다. 이랬다면 빠져나갈 구멍은 뚫어놓은 셈입니다. 어때요. 그렇게 하셨나요.
올 7월에는 자리 빈 국회의원을 뽑는 보선이 있습니다. 이때 써야하는 선거비용이 10억 정도라고 합니다. 이 분의 목 맨 결심이 4년에 한번 치르는 일을 두 번 치르는 번거로움에다 그에 필요한 대체비용 10억을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해 놨습니다. 우리의 수도인 서울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 뻔 했죠. 서울의 슬기로움이 돋보입니다. 10억은 건졌으니요.
다시 돌아갑다. 만약, 만약에입니다. 이분이 광역단체장에 당선이 되지 않을 경우 이 분, 초야에 묻힐까요. 아마도 아니라고 답 하실 분이 우세할 듯 합니다. 7월의 보선에 영향력을 행사, 2년 후에의 판을 짜 놓는 계산의 치밀함, 일종의 배수의 진을 칠거란 생각은 오버일까요. 그분의 머릿속에 그려 놓았을 지도 모를 로드맵을 컨닝한 기분입니다.
올해는 속수무책 일지언정 무슨 대책이든 세워야 될 것 같지 않나요. 이런 상상이 현실로 발현되기 전에 법으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만, 법은 국회의원이 만들고 국회의원은 모두가 이런 기회를 엿보는 것 같아 이 방법도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그럼 어쩔 수 없죠. 10억이 든다는 투표비용을 당사자(선출직 임기 안 채우고 다른 선출직을 하겠다는)가 부담하도록 하는게 현실적이겠네요. 그건 그렇고 왜들 국회의원을 버리고 시장이 되려는지, 도지사를 하려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말은 다르지만 세비나 광역단체장의 급여가 별 차이가 없다는데 말입니다. 과문인가요. 졸(卒)이 몇인데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속 챙기는 예산 만짐도 매력이라는군요. 어찌됐건 이것만은 짚고 가야겠네요. 모든 국민에게 손해를 끼친 일 말입니다.
어떻게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띠 두르고 원안 약속을 사자후로 부르짖고 신뢰가 정치의 생명이라던 이 분들의 조삼모사, 이들이 쏟아내는 단체장 선거에서의 약속은 또 어떨지.
행여 “나같이 불행한 공직자(군인을 바꿉니다)가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따 먹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그 동네에선 2년 동안에 국회의원을 둘씩이나 배출할 수 있어 이걸 자랑으로 여기실까요? 10억에서 그 동네가 부담할 금액을 빼고는 모든 국민에게 그 동네는 빚을 진 셈입니다. 갚지 않아도 되는 빚도 여기 있네요. “도지사 하실 분 딴 짓 말고 4년만 기다리세요”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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