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한껏 기지개를 켭니다. 아침 저녁 싸한 코끝 시림이 상큼합니다. 봄이 문지방을 넘어서나 싶었는데 멈칫, 주춤주춤합니다. 이쯤엔 안옷을 여러 겹 껴입으라 하셨는데, 소자 여전히 코맹맹이입니다.
아버님, 어머님! 기체후 일향만강 하옵신지요?
겨울이 가고 봄이 제 오는 듯 하면 아버님 어머님 생각이 더욱 간절합니다. 늘 그랬습니다. 당신들이 생각날 때면 아주 추웠던, 그렇게 눈이 퍼엉펑 쏟아졌던 겨울이 그리움으로 가슴을 메웁니다.
그땐 그렇게도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산에도 들에도 지붕에도 고스란히 내려앉은 눈더미에 솔가지마저 힘에 겨워 제 키만큼이나 휘었습니다. 세 칸이 채 안되는 두 칸 남짓 초가에도 새하얀 지붕이 하나 더 얹혀졌습니다. 눌려선 지 초가집은 더 낮아 보입니다.
금세라도 떨어져 나갈 듯 간신히 매달린 삽짝문, 무릎도 안 차는 그래도 늘 반질반질했던 얕으막한 마루, 겨울이면 한켠에 세워지곤 했던 들마루하며 아무리 추워도 안 언 우물, 넘어지면 코 닿을 부엌은 자주 기름칠해도 삐이걱 소리를 지르고서야 열렸습니다.
거기 그 아랫목엔 행여 식을세라 어머니가 묻어둔 따뜻한 밥사발이 짧달막한 요속에 봉긋 숨어 있습니다. 소년은 거기 살았습니다.
여름이면 아버지가 참외며 수박을 띄워놓곤 하시던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던 우물이 있습니다. 모기 쫒을 매케한 모닥불 냄새에 갓 건져낸 참외 수박의 단 냄새가 그렇게 잘 어울러졌던 그 들마루 있던 거기, 소년은 거기서 커 갔습니다.
소년은 자전거 타는 친구들이 부러워 어림도 없는 사정 아랑곳없이 자전가 사 내라며 막무가내로 떼를 쓴 소년, 아버지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대는 당신의 아들이 미워 종아리를 때립니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돌아서시는 아버지, 당신의 눈 언저리가 젖었음을, 울던 소년은 얼핏 보았습니다. 어렵게 사는, 자전거 한 대도 못 사주는 형편이, 그런 당신이 미우셨나 봅니다. 서러우셨나봅니다. 아, 아버지.
부짓갱이로 슬쩍만 들춰도 노오랗게 잘 익은 고구마가 늘 있던 요술 아궁이(소년은 그게 그렇게 신기했습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고구마를 벗겨 주시던 어머니, 당신은 껍데기만 드셨습니다. 그러신 당신의 치맛폭은 추운 겨울인데도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안 씻겠다며 도망치는 당신의 철부지 아들, 부엌 가마솥 한 솥 가득 데운 따끈한 물로 목덜미며 등이며를 닦아 주시며 ‘까마귀가 아저씨 하겠네’ 하시던 당신은 항상 맑은 코 달고 있어도 그래도 당신의 아들이 자랑이셨습니다.
소년은, 머리가 허옇게 바랜, 이젠 늙은이가 돼 버린 소년은 새로 난 신작로 한 켠에 서 있습니다. 옌 듯 젠 듯, 삽짝문도 우물도 없어 짐작으로 이쯤인 듯 서 봅니다. 낯섭니다. 서툽니다. 당신들 그리움에 옆으로 옆으로 자꾸 떠밀립니다. 아버지 엄니 당신들이 보고 싶습니다.
지금 그곳엔 시린 손 호호 불며 허리춤 책보 풀 새 없이 뛰어 들었던, 소년의 언 몸 녹일, 곧잘 코 박고 잠들던 요가 있던 그 안방이 없습니다. 어둑어둑 저녁이 다가오면 사기등잔 심지 돋우고 재우면서 만들던 그림자 놀이가 그리 재밌었는데 두 손 깍지 끼어 만들어 내던 코끼리, 잘도 짖어대던 개 모양을 이젠 맹글어 낼 수가 없습니다.
소년은 그냥 거기 서서 지금은 안 계신 당신들을 부릅니다.
아버지, 늘 덤덤하셨던 당신은 제 마음이셨습니다. 늘상 흘린 코 앞치마로 훔쳐 주시던 어머니, 당신은 제 가슴이셨습니다. 그런 당신들 그리움에 꿈을 기리며 모로 눕습니다. 뒤척입니다. 이젠 당신의 아들 그만 놓으시고 편히 쉬셨으면 합니다.
자주 뵈러 오겠습니다고 또 거짓말 하네요. 안녕히 계십시오. 건강 챙기시구요.
2010년 3월에 당신의 아들이 문안 올립니다.
옛날 생각에 깜빡했습니다. 지금요, 이승에선 원안 수정이니 백년대계니 하며 충청도, 그것도 남도를 들쑤십니다. 예세제서 풍선을 띄움이 예사롭지 않구요. 엊그젠 국민투표 눈짓까지 했습니다. 아무래도 남도가 기회비용을 톡톡히 치를 듯 합니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워 게임(War Game)-
동에 대고 나팔을 붑니다. 헌데 모든 군사는 서를 향합니다. 동은 세월(설득)보내기를, 서는 바닥을 긁어내게 하는 작전인가 봅니다. 전쟁도 아닌 것이 전쟁 뺨을 칩니다. 그렇게 시작된 게임에서 동은 계속 세월을 보냅니다.
그 사이 서는 바닥 긁어 내는 작전에 동의 세월 보내기로 한층 탄력을 받습니다. 동이 아무리 머리를 밀고 끼니를 걸러도 손에는 상투만 잡혀 있습니다. - 작전팀이 치고 빠지면 개미들은 상투만 쥐게 되지요. 아마.-
조금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할 즈음이면 상황 끝. 시나리오입니다. 그게 언제쯤일까요. 동은 어디고 서는 또 대체 어딜까요. 이렇게 저렇게 우린 또 멍청해져 가고 있습니다. 하 세월이 답답해 한 제 생각입니다. 그저 이런 일, 소자의 미련 곰탱이 생각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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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16 화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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