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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추석달과 한가위
건국대학교 전 학장/보령교수회 회장
문학박사 이재우
2009년 09월 21일 (월) 09:49:03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예부터 농경사회의 풍습으로 살아온 우리 옛 조상들은 천체의 운행시간과 변화에 매우 지혜로웠고, 오곡백과가 풍성한 음력 8월 보름을 ‘한가위’라 하여 정월 대보름 못지않게 즐거운 명절로 지낸 것은 그러한 주기에 맞춰진 것이고 우리의 농경생활과 세시 풍속들이 이에 따른 것이 분명하다.

어느 시인이 가을을 생활의 계절이라고 읊었듯이 가을은 아침 저녁 소매 끝에 스치는 바람결도 시원하고 하늘도 청자빛으로 높아져 덮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이다. 더욱이 풍족한 농산물로 맞이하는 추석 명절은 최고의 값진 전통양속(傳統良俗)이다.

일년내내 농사를 지어 수확한 햇곡식과 색색으로 물들인 ‘송편’과 과일로 차례 상을 마련해서 조상님과 신에게 감사하는 차례를 올리며 달 밝은 저녁에는 식구들이나 이웃 사람들이 모여 흐뭇한 추석놀이를 즐기는데 이날 ‘토란국’과 ‘송편’을 빼 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는 만월과 같은 둥근 모양의 ‘월병’을 만들지만, 우리는 반달모양의 ‘송편’을 만든다.

반달은 그것이 나날이 커짐으로 발전의 상징으로 본데서 나온 것이며 이러한 생각이 우리의 고대 도성(都城) 이름이 대부분 반월성(半月城)인데서 짐작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달과 가장 친근한 나라를 들자면 우리를 앞설 어떤 민족도 없을 것이다.

옛날부터 우리는 달에 대해 신비감을 갖고 숭배의 대상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달아 달아 밝은 달아”라는 동요와 함께 여성들의 놀이로 ‘강강술래’에서 우리들의 정서는 달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웃 당나라의 시인 이백(李白)은 달과 더불어 술을 마시고 즐겼으며, 두보(杜甫)는 달을 중계자로 하여 그리움을 하소연한 것도 달에 대한 신비감이었다. 추석 한가위 날에는 밤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달빛이 대낮처럼 밝아야 즐거움을 만끽(滿喫)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원래 달에 대한 관심이 깊어 숭배의 대상이 되었지만 과학의 발달로 그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졌음에도 달 밝은 한가위 풍속은 옛날과 같게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요즘처럼 자꾸만 차갑게 변해가는 세정 속에서도 추석 때만 되면 고향에 내려가 어른들을 찾아뵙고 차례를 지내는 일은 뜻 깊은 명절문화이다. 그러나 이제는 못살던 과거와는 달리 의식(衣食)이 풍부하여 근심 걱정이 없이 비교적 안락하게 살지만 조상 숭배와 부모님 찾아뵙는 일은 식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풍요로운 한가위에 차례와 성묘하는 일은 세월이 흐른다고 달라질 수 없고 거의 그대로이지만 엄청난 교통 체증으로 자식이 고향에 내려가기 어렵다는 구실로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자식을 찾아 올라와 차례를 지내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는데 시골의 어른들을 뵙고 성묘할 모처럼의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루도 쉴 새 없는 생존 경쟁 때문이든 혹은 게으른 탓이건 간에 이유야 어떻든 우리는 그간 고향을 등졌거나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너무 외롭게 해 드리지나 않았는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비단 추석이 아닌 때라도 좋다. 일 년에 한번쯤이라도 고향을 찾아 노부모님들의 풀기 없는 손을 잡아보자. 그들이 반겨주는 표정에서 뜨거운 정을 느끼고 이제부터라도 즐거우며 소중한 고향을 자주 찾아 순수했던 옛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추석선물을 돌리는 풍속은 본래 한가위의 공동체적인 관행인데도 이해관계에 따라 뇌물성 금품이 오고 가는 날로 변절되어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이웃 간에 서로 돕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한가위 세시풍속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행복한 명절에 그늘에서 홀로 외로워하는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러면 한가위 보름달이 보다 더욱 환한 빛으로 다가올 것이다. 요컨대 잘 먹고 잘 입고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기는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을 예찬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날 같아라’ 라는 말을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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