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내초 넓은 운동장에 전교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바로 보령소방서에서 2천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119소방체험교육을 지켜보는 모습들이었다.
보령소방서에서 공식적인 훈련을 제외하고 이렇듯 대규모 교육을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관계자들은 훈련이 끝나는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모습이다.
그 중 오늘 소개할 한 사람이 포함돼 있다.
바로 보령소방서 홍보담당자 소방교 김덕식 반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고 있다.
홍보담당자로서 화재·구조·구급 등 대형사고 현장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보다 먼저 카메라를 들고 뛰며 또한 소방서에서 행해지는 대내외적인 일들을 언론매체를 통해 홍보하기 위해 항상 열심인 모습.
더욱이 그는 ‘겸손하고 믿음을 주는 사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순박한 청년(?)’이라며 칭찬에 인색한 사람들에게조차 칭찬을 아낌없이 받는 사람이다.
그 어느 시기보다 화재발생 위험이 높은 겨울철이다.
부족한 소방력과 과다한 업무 등 열악한 근무 여건속에서도 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24시간 출동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119 대원들.
소방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노고를 치하하며 그들이 일하고 있는 소방서의 이모저모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소방교 김덕식 반장(34세)을 이 사람으로 소개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방업무는 단순하게 화재진압과 예방에만 치우쳤다.
그러나 이제는 119 구조·구급대의 맹활약과 소방조직의 새로운 소식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각종 소방정보를 전달하는 홍보자의 역할도 커졌다. 그 일을 김반장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김 반장은 95년 7월 보령소방서에 첫 발령을 받아, 화재진압 및 구급 대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우송대학교 소방안전관리학과를 졸업한 직 후 였으며, 그 당시 김 반장의 모습도 지금과 다름없이 겸손하고 믿음을 주는 사람, 열심히 하는 대원으로 구조·구급 수혜를 받은 주민들에게 인식되는 사람이었다.
“마음적으로 편하게 해 드리려 노력했습니다.”
이후 3년여, 김 반장은 성실함과 행정능력을 인정받아 98년 방호구조과 홍보업무 담당자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내근직으로의 이동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는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처음 내근 일을 시작했을 때, 추천자에게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 동안 김 반장은 생소하기만 했던 소방업무의 중요성과 각종 소방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데 전력해 왔으며, 그의 열정과 창의적인 업무수행은 보령소방서를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함은 물론, 충청남도 내 7개 소방서 중 소방홍보의 으뜸자리를 고수하게 했다.
“소방서 업무는 본서 행정업무부터 화재·구조·구급 등 각 파출소 현장소방활동까지 모든 일이 주민들의 안전보호와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업무입니다.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죠. 그래서,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반장은 21세기는 정보화 시대이며, PR 시대라고 말한다.
“아직도 일반 시민들 중에는 소방서가 단지 화재를 진압하고 사람을 구하고 병원에 데려다 주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119구조·구급대의 활약이 TV등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잘못 홍보되면서 소방서와 119가 따로 존재하고 있는 줄 알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죠. 이런인식을 바꿔주고 알려주기 위한 것이 소방홍보업무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반장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노력한 만큼 보람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소방홍보업무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일일히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파출소 구급대원으로 시작해 홍보담당자로서 근무해 오면서 소방공무원만이 느낄 수 있는 가슴 뿌듯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교통사고현장에 출동해 어렵게 인명을 구조한 일, 섬 마을 초등학교를 방문해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했던 일, 소방교육을 열심히 들어주고 신기한 듯 시범훈련을 보아주던 유치원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을 김반장은 기억한다.
“2년전 쯤 남포에 있는 한 병설유치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소방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었는 데, 며칠 후 어린이들의 편지와 유치원교사께서 제가 교육한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보내주셨더군요. 이런 마음 때문에 더욱 열심히 업무에 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 반장은 자신만의 소방홍보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앞에서 말한 ‘요령 피우지 않는 것’, ‘열심히 하는 것 ’이다.
“신문사에 자료를 넘길 때, 타 서 홍보담당자들은 팩스로 넣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세 번의 작업을 합니다. 팩스, 이메일, 그리고 디스켓에 담아 직접 방문하죠. 가끔 ‘누가 알아준다고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입니다.”
따라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러한 김 반장의 성실한 모습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맡은 바 업무에 대해서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겠다는 그의 열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자신의 일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공무원으로도 소문이 나 있다.
이를 증명하듯,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소방서를 방문했을 때, 그의 책상 위에는 1백여 권이 넘는 소방관련 잡지와 각종 홍보책자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또한 신문사에 제공할 보도자료 작성에 무척 바쁜 모습이었다.
“가장 큰 재산은 지난 4년간 스크랩한 신문기사입니다. 제가 제공한 보도자료가 게재된 것이지요.”
김 반장은 홍보업무는 정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욕심으로 사실을 부풀리거나 잘못 작성된다면 시민을 우롱하고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 반장은 보통 보도자료 한 장을 작성하는 데 3시간 여의 정성을 들인다고 말한다.
“성격이 급합니다. 그래서 바쁠 때면 말을 더듬곤하죠. 처음에는 그것이 걸림돌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급하게 말로 하려 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입니다.
매년 그렇지만, 김 반장의 2002년은 다른 해보다 특히 바쁜 해였다. 그러나 그 만큼 뜻깊은 일들이 많았던 해 였다고 말한다.
김 반장은 올 해 3월 오천초등학교에 119합창단을 조직했으며, 이들은 제4회 전국 119소방동요경연대회‘에 충남도 대표로 처녀 출전해 은상을 수상했다. 또한 누구나 알기 쉽고 배우기 쉬운 소방안전교육용 CD 1천개를 9개월여에 걸쳐 틈틈히 제작해 도내 소방관서는 물론 관할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에 배부해 미래 안전문화를 선도할 어린이들의 소방교육을 도왔으며 지난 6월 열린 한·일 월드컵 대회 때에는 우리 지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응급상황발생시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형야광 홍보광고판’을 청사 옆 도로가에 설치해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 밖에도 유치원생부터 학생, 다중이용업소관계자, 직장인, 주부에 이르기까지 계층별로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동영상 소방안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김 반장은 지난 11월 경찰정보신문사 창간 3주년을 맞아 모범공무원으로 선정, 신문사장상을 받았다.
“전국소방공무원중 2명에게 주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뻤죠.”
김 반장은 또한 지난 2천년 월동소방안전대책 유공자로 선정, 충청남도지사 표창을 받은 것을 비롯해 소방서장·보령시장 표창등으로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반장에게 주어진 업무는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어린이소방안전교육, 불조심홍보캠페인, 119소년단 조직운영, 불조심어린이 행사, 성인소방안전프로그램 개발, 불조심강조의 달 행사추진, 언론매체를 활용한 소방홍보까지 1인 3역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일과시간을 넘기는 일이 다반사다.
“업무가 바쁘다보면 벅찰때도 있지만 일을 하면서, 저는 많은 것들을 얻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 관심, 사랑, 그리고 잘못했을 때는 더 잘하라는 채찍까지도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이와 함께 김 반장은 소방홍보업무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보물은 아내 라고 말한다.
“99년도 9월, 미산면 일대에 내린 집중 호우로 수해복구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성의소대원들이 소방공무원들 고생한다고 수해현장을 찾았죠. 저는 홍보담당자로서 사진촬영 등 홍보자료를 얻기 위해 뛰어다닐 때구요. 그 때 한 여성의소대원이 저를 호감 있게 보시고, 따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김반장의 장모 김숙환(55세)씨는 현재 보령여성의용소방대 구호부장으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15년 세월동안 계속돼 왔으며 그래서 장모를 존경한다고 김 반장은 말한다.
“저 때문에 장모님은 소방서에 올 때마다 직원들로부터 소방서장모님으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 대전에 생활터전을 잡고 있던 김반장.
보령에서의 직장생활시작, 결혼,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제 김반장은 보령사람이 됐다.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에게 소홀해서 미안하죠. 하지만 아내가 이해를 잘 해 줘요. 이제 완전한 보령사람이 된 것 같아요. 직원들도 이곳 사람으로 인정해 주고 있구요.”
김반장은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쓰이고 있는 말 중에 하나가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라고 말이다.
“모든 것이 사소한 부주의에서 옵니다. 설마 우리집에? 내가 다니는 직장에? …불이 났을까하는 생각. 화재는 예고 없이 우리가 방심할 때 찾아 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특히 김반장은 소방법으로 규제하고 홍보만으로 화재가 예방될 수 없으며 우리집과 가정은 내가 지킨다는 신념으로 불조심을 생활화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홍보업무에 항상 열심인 그에게는 몇가지의 별명이 붙여졌다. 홍보대사, 김 PD, 홍보부장 등 이다.
홍보대사 김반장, 그의 바람은 보령소방서에 소방홍보전시관을 마련해 그 곳에서 교육이며 소방업무 홍보에 필요한 자료를 전시하는 것이다.
“현재 충남에 논산소방서에 시설이 돼 있어요. 시설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어렵죠. 하지만 그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자료들을 모을 것입니다.”
김 반장은 항상 일반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캠코더를 소지하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라도 출동을 위해서이다. 또한 그것은 모든것이 자료로 보관된다.
“어디를 가든 연락만 받으면 들고 뜁니다.”
지난 10월 말 김반장은 행자부 소방국에서 운영하는 한국소방방송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영예를 얻었다.
한국소방방송에 글을 올릴 수 있는 홍보담당자는 전국에 단 6명뿐.
그 중 충남에서는 유일하게 김반장이 선정된 것이다.
이런 결과는 그의 성실함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해 주는 내용이다.
소방홍보업무를 담당하면서 환경이 열악한 곳 등 어디라도 주저하지 말아야 하는 그를 포함한 소방공무원들.
그 중 대부분이 축농증, 비염, 기관지염 등 소위 직업병이라는 것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을 마다할 수는 없다.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제 이름을 걸고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처음의 모습처럼, 앞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같은 모습으로 자리하도록요.”
사람을 판단하는 데 첫 인상은 중요하다. 그러나, 첫 인상처럼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사람들 곁에 머무는 사람이라면 더욱 믿음직스럽지 않을까?
지역 재난 예방의 안전 파수꾼으로 항상 최선을 다하는 소방홍보대사 김덕식씨.
변함없는 모습으로 충남이 아닌 전국 소방홍보의 지존에 끊임없이 도전하겠다는 김덕식씨와 아내 최선아(31세)씨, 그리고 20개월된 딸 은지에게 좋은 일들만이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이순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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