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3은의 한사람인 목은 이색의 후손이다. 아버지는 이치는 수원통판을 지냈지만 어려서 아버지와 사별하고 형에게서 글을 배우다가 뒤에 서경덕 문하에서 수학했다.
경서자전에 통달했고, 수학에도 정통했으며 항시 주경궁리를 학문의 방법으로 삼았다. 선조6년 탁행으로 6품벼슬에 올라 포천현감에 임명됐다가 이듬해 그만두고 1578년 아산현감이 돼 걸인청을 만들어 관내 걸인의 수용과 노약자와 굶는 사람의 구호에 힘썼다.
그는 물욕이 없어 평생토록 가난한 생활을 했으며 천문지리에 모두 능통했다. 의학·복서·천문·지리·음양·술서 등에 능통했으며, 괴상한 행동, 기지, 예언, 술수에 대한 많은 일화가 전해온다. 한강변에 높이 수십 척의 흙담 움막집을 지어 밤에는 그 안에서 살고 낮에는 토실 위로 올라가 살아 토정이라는 호가 붙게 되었으며 〈토정비결〉을 지었다. 묘와 신도비가 주교 고정리에 있다.
공부를 좋아하던 어린시절
이지함은 어렸을 때 부터 천재소리를 들을 만큼 머리도 좋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밤에도 책에 빠져있는 것을 본 주변사람들이 지함의 눈이 나빠질까 염려해 등불의 기름을 주지 않자, 장작에 불을 지펴 책을 읽었다 한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장작마저 치워버리자, 이번에는 직접 도끼를 들고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피워 공부를 했는데 연기에 숨이 막혀 컥컥 거리면서도 책을 읽었다 한다.
책에서 진리를 구하던 청년 이지함은 과거를 보지 않고 자신의 공부를 확인하기 위해 삿갓을 쓰고 전국을 돌아다니게 된다. 이때 얻은 깨달음이 후일 이지함에게 자신의 학문에 어떻게 쓰여야 할지를 결정하는 계기가 된 것은 당연하다.
기인과 기인의 만남
토정은 남루를 걸치고 삿갓 쓰고 죽창짚고 팔도강산을 주로 돌아다녔다. 그런 차림새로 주유하고 당대의 내로라하는 고관대작과 명사들을 만나는데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흑인기사>라는 책에 토정의 풍모에 대한 설명이 실렸다. 이 책에 따르면 선생은 키가 보통사람보다 훨씬 컸고 골격도 건장했다. 또 얼굴이 검으면서도 둥글고 살집이 좋았다. 발 길이는 한 자가 거의 다 됬으며 목소리 또한 맑고 우렁차며 기개가 당당했고 우풍이 늠름했다. 토정은 학문을 딱딱하게 얘기하기보다는 정치적 모순과 사회비판에 대한 칼날을 풍자와 농담, 익살같은 표현을 통해 표현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 책은 또 토정이 늘 저자와 산수간을 돌아다니다가 잠이오면 두 손으로 지팡이에 의지해 허리를 구부리고 머리를 숙인채 잠이 드는데, 코 고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소나 말이 놀라 도망치기 일쑤였다고 전한다. 여러사람과 토론하며 학문의 범위를 넓혀가던 토정은 당시 이름이 높던 서경덕을 찾아 개성으로 떠나 공부를 하게된다.
서경덕의 이기일원론은 역학, 천문학, 지리학, 수학 등 인접학문을 총정리해 구성된 것이기에 토정 역시 스승의 영향을 받아 여러 학문에 능통할 수 있었다.
토정보다 후학이었던 이율곡은 토정을 마음 속 깊이 존경했으며, 성혼, 조식, 이항복 등은 토정의 박식함에 놀라곤 했다고 전해진다.
토정은 평생에 걸쳐 전국의 산천을 두루 다니며 명당과 길지를 점지했으며, <농아집>을 저술해 어진 자에게 전하여 난을 구제하는 데 도움을 줬다.
민족의 운명과 삶의 진실에 통달한 철학자
조선시대 3대 기인으로 일컬어지며 수많은 전설적인 일화를 뿌렸던 토정은 풍류사였을 뿐 아니라 앞날을 내다볼 줄 아는 도통한 예언가이기도 했다. 서산대사, 이율곡, 이순신 등과 더불어 토정도 임진왜란을 예측한 몇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또 사람의 안색과 음성만으로도 길흉화복을 미리 알았다고 한다, 토정은 또한 풍류객답게 음률에도 정통했으며 특히 거문고를 잘 탔는데 그의 둘째아들 산휘 역시 지음의 귀재였다 한다.
그러나 토정은 한낱 기인에 머문 인물이 아니라 선도의 대가로서 민족의 운명과 삶의 진실에 통달했던 인본철학자요, 백성의 고생과 아픔에 동참한 목민관의 참 표상이었다.
토정은 먼 장래를 바라보는 선각자의 식견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오늘날까지도 그처럼 우리 생활 구석구석을 알게 모르게 침투하며 심지를 자극하는 선견도 찾아보기 드물다.
1713년(숙종 39)학덕이 인정되어 이조판서에 추증되었으며, 시호는 문강 이다.
율곡이 선조11년(1578년) 7월조에 쓴 <경연일기>에는 ‘아산현감 이지함이 죽었다. 그는 젊어서부터 욕심이 없고 인색함을 몰랐다. 기질을 이상하게 타고나 추위, 더위, 주림, 갈증을 잘 참았다. 어떤 때는 알몸으로 거센바람을 맞았고, 또는 열흘을 음식한 번 먹지 않아도 병들지 않았다. 천성이 효성과 우애가 깊었고 재물을 가볍게 여겨 남의 급한 사정을 잘 도왔다…. 명령을 내리는 것은 모두 백성을 사랑하기를 위주로하니 백성모두가 그를 흠모했으나 갑자기 이질을 앓아 세상을 버렸다. 나이 62세였다.’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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