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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좁고 굽은 길이 그리운 이유

2009년 04월 23일 (목) 09:02:39

이상우 기자

editor@charmnews.co.kr

대천성결교회에서 보령시청으로 가는 샛길이 있었다. 빙둘러가지 않고 곧잘 질러갈 수 있어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서툰 운전실력으로는 지나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구불구불한 것이 흠.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만나기라도 하면 제 아무리 운전고수라도 바짝 긴장해야 했다. 길 중간에서 자동차 두대가 만나서 무사히(?) 빗겨 지나게 되면 서로 간단한 목인사라도 나누는 것이 관례가 됐다.

"제 차가 당신의 차를 막아서서 죄송합니다"라는 듯. 그래서인지, 이 샛길은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들었다.

최근 바로 옆에 넓고 반듯한 새 길이 생겼다.

왕복 2차선에 인도까지 넓직해 샛길을 걷던 사람이 차를 피하느라 길을 등지고 논을 쳐다보는 어색한 몸짓을 해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늘그래왔던 것 마냥 새 길로만 다니게 된다.

그런데, 문득 좁고 구불구불했던 그 샛길이 그리워진다. 새 길은 더 넓고 더 반듯해졌지만 그 길에서 더 조급해진다. 아마도 샛길을 지나면서 볼 수 있었던 '사람'이 새 길에서는 오직 '목적지'와 '운송기계'만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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