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정유 유출사고가 태안을 중심으로 수백km에 걸쳐 기름띠를 확산시키면서 청정해역인 태안 앞 바다를 오염시키고 김, 굴, 전복 등의 양식어장을 사그리 폐사시키고 있다.

현재 유출된 기름은 바다의 숨통을 끊으며 사고해역 인근은 물론 북쪽으로는 학암포 일원부터 천리포, 만리포, 의항, 모항에 이르기까지 태안 원북면부터 소원면 일원까지 번져 있는 상태다.
바다가 곧 생활터전인 태안 지역 어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지 앞날이 막막하고 가슴이 타들어 간다. 이미 오염된 바다환경을 완전 복원하는데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린다니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매년 반복되는 엄청난 규모의 태풍·폭우 피해에 기름 재앙까지 보면서 정부의 재난방지 시스템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든다. 노무현 정부는 재난관리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의 재난 관련 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소방방재청도 신설한 바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을 또 보면서 재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천수답’식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태안과 서산, 보령, 서천 등 6개 시·군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긴급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때가 늦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이번 사고는 비단 태안에 국한된 게 아니라 국가적 재난이다. 따라서 범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우리는 IMF 환란을 온 국민과 지혜롭게 극복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당시의 ‘금모으기 정신’을 되살려 태안 살리기에 온 국민이 함께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