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각정 건립을 위해 불법 산림훼손이 진행됐으며 이와함께 석축산성을 무너드린 모습

보령시가 산 정상에 주민들의 쉼터를 위한 정자를 만든다며 산림을 불법으로 훼손한 후 지금껏 방치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과정에서 고려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석축산성마저 훼손한 것으로 밝혀져 지자체가 문화재 파괴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사업시행자인 웅천읍은 건축자재를 산 정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산림훼손허가도 받지 않은 채 너비 2m가량의 임도를 운봉산 정상까지 개설하는가 하면, 산 정상부근에 비지정문화재인 운봉산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훼손해가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 시는 지난해 7월, 신준희 시장 초도 순방 시 최용자 웅천주민자치위원 건의로 10월 사업비 5천만 원을 지원, 11월 29일 착공하고 12월 26일 준공·제막식을 가졌다.

보령시문화유적분포지도에 따르면 운봉산성은 고려시대 쌓은 것으로 추정되며 웅천면 성동리 운봉산 해발 338m에 있는 포곡식(包谷式)의 석축산성(石築山城)이다.

또한 웅천면 소재지에서 북동쪽으로 솟은 가파른 산으로 서쪽 성동리 방향으로 형성된 골짜기를 에워싸 둘레가 900m정도이고 자연할석(自然割石)으로 공돌쌓기를 한 아랫부분이 군데군데 남아있고 벽체는 거의 허물어졌다고 기록돼있다.  

역사 유적을 관리하고 보존해야할 관청이 앞장서 주민염원사업이라는 이유로 유적을 훼손하고 있어 문화 유적관리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불법으로 개설된 임도와 훼손된 운봉산성은 아직까지 복구되지 않고 방치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향토학자는 “문화유적은 지역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보존하고 후세에 물려줘야한다는 것이 당연한 논리인데도 이를 발굴, 보존해야할 관청이 나서서 훼손하면 누가 이를 지켜나가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또 그는 “이미 훼손된 유적지를 돈을 들여 복원시키면 유적지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웅천읍 관계자는 “당시 사업추진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산림훼손허가를 받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고 운봉산성을 훼손한 것도 알고 있었다”며 “향토학자와 현장을 답사한 후 문제가 되는 부분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