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해수욕장,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개 한번쯤은 들어본 또는 피서의 추억이 깃든 이름입니다. 

필자 또한 청년기 때 대천해수욕장에 갔었습니다. 십리에 이르는 백사장, 결 고운 모래는 또 얼마나 부드럽던지. 거믓 거믓 해가 기울고 별빛 쏟아지자 소주잔 기울이며 통기타와 더불어 빛나는 청춘을 노래했던 대천의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20여년이 흐른 후 보령신문이 주관한 바른지역언론연대 연수 때 전국에서 모인 200여명의 언론인들과 대천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주말을 맞아 수 백 명의 관광객들이 바다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날 바닷가에서 먹은 조개구이는 최고였습니다.

보령은 최근 성공한 축제로 평가받고 있는 머드축제까지 더해 이제 국내를 벗어나 외국인들도 찾는 세계적인 휴가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여름 한철이 아니라 일 년 내내 관광객이 찾는 휴양의 도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벌써 유월 하순, 머지않아 피서를 즐기려는 이들이 보령을 찾아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령은 명성에 걸맞는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보령은 관광을 특화한 곳이라 인프라는 아쉬운 데로 틀을 갖춰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선진국 관광지 몇 곳을 둘러본 결과 그들의 관광전략은 이제 인프라가 아니라 컨텐츠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단순한 볼거리, 먹을거리, 잘 곳을 갖추는 게 능사가 아니라 인프라의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이미 머드팩축제를 어느 지자체 보다 경쟁력 있는 축제로 만들어 낸 보령의 저력인지라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어떤 인프라나 컨텐츠 보다 일상적인 그 고장의 인심이 가장 경쟁력 있는 광광상품이라 여기는 필자의 생각이라 그에 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10여년 전, 모임이 있어 전남 강진을 찾았습니다. 상호만 듣고 찾아가는 길이라 물어물어 가는 데 한밤중이라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헌데 옥상에서 바람을 쏘이는 한 사람이 있어 소리쳐 길을 묻자 그가 옥상에서 내려와 친절히 차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그리곤 종이에 세세히 적어가며 길을 일러 주더니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500m쯤 가면 다리가 나오고 그 다리 끝에서 우회전해야 하는데 다리가 좁아 차를 긁는 경우가 많으니 최대한 왼쪽으로 붙여서 돌아야 합니다’ 라고. 어찌 보면 사소한 일이라 할 수 있으나 낮 선 이의 차까지 염려해 주던 그 분의 친절, 그로 하여 전남 강진군이란 지자체는 필자에게 더 없이 살가운 사람들이 사는 공동체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와 반대되는 일들을 일상에서 수없이 겪습니다.
얼마 전 한 도시에서 만난 택시 기사는 아직도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택시에 올라 목적지를 말했지만 그 기사는 안다 모른다 대꾸도 없이 차를 몰더군요. 그러다 앞서가던 차가 멈칫 거리자 차마 글로 적을 수 없는 욕을 소리쳐 하더니 게다가 신호등 무시는 또 웬일입니까. 더구나 손님이 장애인이란 걸 알면서도 목적지 반대편 길에 내려두고는 휑하니 가버렸습니다. 
세상에는 몇 가지 속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터미널이나 역 주변에서는 웬만하면 음식을 먹지 말라는 것입니다  ‘뜨내기 손님’이라 인식하고 있는 주인들이 신경을 덜 써 음식의 맛과 질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관광지는 한철 장사로 바가지 요금을 씌우기 일쑤라는 속설도 있습니다.

이제 얼마 후면 전국에서 피서를 하려, 머드팩을 하러 보령으로 달려 올 겁니다. 그러면 조요롭던 보령은 열기로 넘쳐날 것입니다. 그 열기는 단순히 시민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생동하는 기운을 덤으로 주고 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 고장을 찾아준 고객들에게 보령시민들은 무엇을 드리려 합니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말 ‘인심’입니다. 정감 있는 어눌한 말 한마디에 담기는 작은 친절과 배려가 관광객들에게 오래도록 남아 그리움이 될 ‘보령’이 될 것입니다.
그런 보령의 여름이 기다려집니다.